길어진 장마 보고 '레인부츠' · 철 모르는 모기 방제… 지구온난화가 낳은 신사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경원 교수의 재미있는 트리즈 이야기 (17)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대 폭우와 산사태, 100년 만의 가뭄, 지구 온난화 등 요즘 날씨 변화가 인류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기업가는 급변하는 날씨에서 돈되는 신사업을 찾는다. 변화가 생기면 이어서 발생할 변화를 추론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장마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6월 말부터 7월 중순 사이에 장마가 찾아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장마철이 사라진 것처럼 날씨 예보가 안 맞는다. 여름이 우기로 바뀌면서 폭우, 홍수, 폭염이 오는가 하면 이상저온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난 여름에는 폭우 피해와 긴 우기(雨期)로 꿀꿀한 여름을 보냈다.
이런 와중에도 반짝 히트 상품이 있었다. 레인 부츠다. 비가 자주 오다 보니 예쁜 하이힐을 신고 다니기가 불편했다. 하이힐이 물에 자주 젖으면서 뒷굽이 망가지기도 하고, 미끄러워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검은색의 칙칙한 장화를 신자니 편하고 안전하긴 하지만 촌스럽기 짝이 없다. 과거처럼 장마철이 한 달 정도에 그친다면 하이힐을 신고 버텨보겠지만, 우기가 두 달 정도 계속되다 보니 장화 구입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겼다.
우기에는 젖지 않게 장화를 신고 싶고, 패션 감각도 살리고 싶다. 이 상반된 두 마리를 토끼를 다 잡은 것이 예쁜 모양과 색깔의 알록달록한 레인부츠다. 우기가 몇 달 안되니 크게 히트를 친 것은 아니지만, 날씨 변화를 읽은 사업가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다.
온난화가 지구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이 북상하면서 우리나라 근해에서 물고기가 전보다 안 잡힌다. 잡히는 물고기도 난류성 어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생선 값이 많이 올랐다. 물오징어, 꽁치처럼 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던 생선도 줄었다. 쥐포, 과메기를 만드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대량으로 양식하는 광어 등이 꽁치, 쥐치를 대신하고 있다. 자연산 물고기가 줄면서 양식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충 방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치자. 방제 대상이 파리와 모기라면 둘 중 어느 사업에 비중을 두고 개발과 판매, 투자를 해야 할까. 날씨 변화와 함께 해충과 사람의 주거 형태 변화를 관찰해 보면 답이 나온다. 겨울이 다가왔는데도 철 지난 모기가 새벽 잠을 깨운다. 날씨가 습해지면서 모기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주거 인구 비율이 50%가 넘고, 노후화되면서 지하 화장실 정화조가 모기의 서식지가 됐다. 정화조 온도가 외부보다 따뜻하고 유기물이 많아서 모기가 알을 낳기에는 최적지다. 겨울잠도 자지 않고 번식한다.
이 모기들이 출입구와 하수관을 타고 고층까지 올라가 사람 피를 빨아먹으며 종족을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재래식 화장실이 정화조로 바뀌면서 파리 서식지는 크게 줄고 있다. 특히 환경 적응을 잘한 모기가 적자생존하고 유전적으로 강해지면서 독해지고 있다. 모기 방제사업이 파리 방제사업보다 전망이 좋은 이유다.
지난 몇 년간 날씨에 관한 비즈니스가 부쩍 늘었다. 날씨가 시간과 지역에 따라 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상 예보 TV채널도 생겼다. 기후 변화를 불평과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기후 변화와 연계해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
장마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에는 6월 말부터 7월 중순 사이에 장마가 찾아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장마철이 사라진 것처럼 날씨 예보가 안 맞는다. 여름이 우기로 바뀌면서 폭우, 홍수, 폭염이 오는가 하면 이상저온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난 여름에는 폭우 피해와 긴 우기(雨期)로 꿀꿀한 여름을 보냈다.
이런 와중에도 반짝 히트 상품이 있었다. 레인 부츠다. 비가 자주 오다 보니 예쁜 하이힐을 신고 다니기가 불편했다. 하이힐이 물에 자주 젖으면서 뒷굽이 망가지기도 하고, 미끄러워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검은색의 칙칙한 장화를 신자니 편하고 안전하긴 하지만 촌스럽기 짝이 없다. 과거처럼 장마철이 한 달 정도에 그친다면 하이힐을 신고 버텨보겠지만, 우기가 두 달 정도 계속되다 보니 장화 구입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겼다.
우기에는 젖지 않게 장화를 신고 싶고, 패션 감각도 살리고 싶다. 이 상반된 두 마리를 토끼를 다 잡은 것이 예쁜 모양과 색깔의 알록달록한 레인부츠다. 우기가 몇 달 안되니 크게 히트를 친 것은 아니지만, 날씨 변화를 읽은 사업가가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다.
온난화가 지구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이 북상하면서 우리나라 근해에서 물고기가 전보다 안 잡힌다. 잡히는 물고기도 난류성 어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생선 값이 많이 올랐다. 물오징어, 꽁치처럼 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던 생선도 줄었다. 쥐포, 과메기를 만드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대량으로 양식하는 광어 등이 꽁치, 쥐치를 대신하고 있다. 자연산 물고기가 줄면서 양식업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충 방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치자. 방제 대상이 파리와 모기라면 둘 중 어느 사업에 비중을 두고 개발과 판매, 투자를 해야 할까. 날씨 변화와 함께 해충과 사람의 주거 형태 변화를 관찰해 보면 답이 나온다. 겨울이 다가왔는데도 철 지난 모기가 새벽 잠을 깨운다. 날씨가 습해지면서 모기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주거 인구 비율이 50%가 넘고, 노후화되면서 지하 화장실 정화조가 모기의 서식지가 됐다. 정화조 온도가 외부보다 따뜻하고 유기물이 많아서 모기가 알을 낳기에는 최적지다. 겨울잠도 자지 않고 번식한다.
이 모기들이 출입구와 하수관을 타고 고층까지 올라가 사람 피를 빨아먹으며 종족을 번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재래식 화장실이 정화조로 바뀌면서 파리 서식지는 크게 줄고 있다. 특히 환경 적응을 잘한 모기가 적자생존하고 유전적으로 강해지면서 독해지고 있다. 모기 방제사업이 파리 방제사업보다 전망이 좋은 이유다.
지난 몇 년간 날씨에 관한 비즈니스가 부쩍 늘었다. 날씨가 시간과 지역에 따라 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상 예보 TV채널도 생겼다. 기후 변화를 불평과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기후 변화와 연계해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