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법조 산책] "검찰 또 동네북 됐네"
"검찰이 또다시 동네북이 됐습니다. " 지난 22일 밤 서울 서초동의 한 횟집.소줏잔을 기울이며 연신 뿜어대는 김 부장검사의 뿌연 담배연기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검찰의 장래를 말해주는 듯 싶었다. 법원,경찰에 이어 정치권까지 검찰 때리기에 나서면서 검찰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법원은 지난달 말 검찰이 1년6개월간 공을 들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사건을 '입증실패'라며 간단히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한 전 총리가 재판 내내 행사한 묵비권의 의미를 재판장은 왜 간과하는지,김 부장으로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구속영장 기각률이 비슷한 나라가 세상에 어딨어요. " 법원에 대한 불평은 끝이 없는 듯했다. 미국에선 사건의 97%가 검찰단계에서 플리바게닝(사전형량협상제도) 등을 통해 마무리되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3%에 불과하다는데 플리바게닝 도입 법률안은 어디서 낮잠을 자고 있는지, 검 · 경수사권 조정 협의에선 최종적으로 경찰이 검찰권한을 얼마나 가져갈지 걱정이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써낸 책 《검찰을 생각한다》의 파급효과는 또 얼마나 클까.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검찰개혁을 꼽고 있는 문 이사장이야말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김 부장은 지적한다. "검찰총장 임기가 2년밖에 안되는데 그것도 정권 입맛에 따라 1년마다 갈아치우면서 정치권이 검찰의 중립성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에는 기자도 공감이 갔다. 김 부장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가장 잘된 수사'라고 칭찬했다는 스캘퍼(초단타매매자) 사건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듯했다. 사면초가인 검찰이 어떤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해나갈지 주목된다.

김병일 법조팀장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