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된 베트남 여성의 코리안 드림
"우리은행에 취직한 게 꿈만 같습니다. 나중에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관리자로 일하고 싶어요. "

박해림 우리은행 한경센터지점 주임(20 · 사진)은 지난달 은행원이 된 새내기 직장인이다. 외모가 평범해 보이지만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공개 채용된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아버지는 한국과 베트남계 혼혈이고,어머니는 순수 베트남계다.

박 주임은 합격 통보를 받은 지난 9월1일을 잊지 못한다. "아침 일찍 문자가 왔어요. 부모님께 합격 사실을 알리니 눈물을 글썽이시더군요. 평생 직장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라고 하셨어요. "

그는 13세 때까지 베트남 호찌민에서 자랐다. 집에선 여전히 베트남어를 사용한다. 실업계인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를 작년 초 졸업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급한 대로 피부미용 직업전문학교에 다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매년 통역봉사 활동을 하는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교사가 우리은행의 '고졸 텔러' 채용공고를 본 것.박 주임은 "인터넷으로 우리은행에 관한 자료를 찾고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요즘은 첫 월급을 타면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또 "일이 익숙해지면 야간대도 다니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고졸 텔러 85명을 공채하면서 특별히 다문화가정 출신을 한 명 선발했다"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를 붙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