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노무라 '밀월'…산업은행에 불똥
금호아시아나그룹 산업은행 노무라증권의 삼각관계가 투자은행(IB) 업계의 화제다. 2009년부터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지만 결실은 엇갈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최근 산은금융그룹 계열 대우증권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블록세일 매각자문을 맡았다. 매각 대상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부자가 소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10.45%)이다. 최근 시세로 약 5000억원 규모다. 노무라증권과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대한통운 매각 자문과 타이틀리스트 인수 자문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2009년 하반기 대우건설 매각도 함께 자문했다. 모두 조(兆) 단위 메가딜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관련 대형 인수 · 합병(M&A) 딜을 노무라증권이 독식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특정 IB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산업은행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수한 딜이 아니기 때문에 자문사 선정 때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근거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통운 대우건설 금호석유화학은 모두 금호 측에서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 세 곳이 밀월관계라는 의혹을 사지만 실제 이해득실은 엇갈린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2009년 금호 측이 노무라증권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대우건설 해외 매각 등 사전 구조조정이 무산되면서 결국 그룹이 해체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대우건설을 무리해 인수한 결과 수천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가장 이득을 본 회사로 꼽힌다. 자문 수수료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국내 IB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트랙 레코드(실적)도 쌓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