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장관, 신설 '공중-우주방어 시스템' 전력 강조

러시아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다음 달 초까지 구축하려는 새로운 공중-우주방어 시스템은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적의 미사일을 우주 공간에서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듀코프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방부 전체 직원 회의에서 "러시아가 구축 중인 공중-우주방어 시스템은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물체를 공중은 물론 우주 공간에서도 요격할 수 있다"며 "이 시스템의 구축이 다음 달 1일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듀코프는 "이 시스템은 방공 및 미사일 방어 무기,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 장치, 우주 공간 통제 장치 등의 전력을 결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의 이날 발언은 우선 지난주 미국이 음속의 5배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신무기(미사일)를 실험했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 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발된 이 무기는 테러리스트나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를 공격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러시아의 새 공중-우주방어 시스템은 미국과 나토가 루마니아와 터키에 구축하려는 유럽 MD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이란과 북한 등 '불량국가'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나토가 추진해온 유럽 MD망 구축 계획과 관련,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책임 구역으로 나눠 러시아와 나토가 함께 방어하는 공동 MD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나토 측에 전달하고 협상을 별여왔다.

하지만 나토는 회원국들의 안보를 외부 국가에 맡길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토는 또 유럽 MD가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을 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러시아는 유럽 MD와 관련한 미국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여러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가 구축 중인 공중-우주방어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對)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방공 및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미사일 공격 조기 경보 및 우주공간 통제 시스템 등을 하나의 전력 시스템으로 통합해 새로운 공중-우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지시를 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러시아 방공 및 MD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S-300과 S-400 방공 미사일, 2015년까지 실전 배치될 차세대 S-500 미사일과 5세대 전투기, 첨단 레이더망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밖에 나토의 유럽 MD를 겨냥하는 전술 미사일 배치 계획도 밝히고 있다.

러시아 군사-외교 소식통은 21일 미국과의 유럽 MD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 서부 국경 지대 여러 곳에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최신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나토명 SS-26 Stone)'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