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하이마트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퇴진할 경우의 리스크가 이미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매도와 관련된 물량도 전날부터 나오기 시작해 향후 주가 전망도 어둡다.

24일 오전 10시 10분 현재 하이마트는 전날 대비 6800원(7.82%) 급락한 8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지분 경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세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내 급락세로 돌아섰다. 두 기업의 자금 여력을 고려할 때 지분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에 유진기업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14.86%)까지 치솟았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유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31.3%이며, 선종구 회장과 우호지분의 합은 약 28%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선 회장 측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분 10% 이상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 이에 2000억원 가량의 대고모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분 경쟁을 벌이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 선 회장 측은 오는 30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위임장 대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다른 주주들의 손에 넘겨준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감은 벌써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진기업과 선 회장 모두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주총에서 판가름이 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선 회장 측이 다소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진기업 측의 보유지분 31.34%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며 "주가에는 이미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 하락을 예측한 공매도 물량도 전날 1000주 가량 출회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선 회장이 퇴진할 경우 관련된 지분 약 28%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물량이 전날부터 나오기 시작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선 회장과 충성도가 높은 임직원들이 함께 물러날 경우 27.6%의 지분이 블록딜(대량 매매) 형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유진기업은 유통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 CEO 리스크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하이마트의 기존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바뀐다고 해서 EPS(주당순이익)를 하향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주가수익비율(PER)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이상 부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PER 15배로 제시했던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