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좋은 성적을 받아오라는 강요를 해왔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방 안에 8개월 간 방치한 고3 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모친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내버려 둔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고등학교 3학년 A군(1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13일 서울 광진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 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석차 4000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A군은 평소 모친의 지나친 관심으로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평소 모친은 “항상 1등을 해야한다”“서울대 법대에 가야한다”고 채근하며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녁식사를 주지 않거나 잠을 못자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때로는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대학진학 상담을 위해 학교에 오게되면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62등을 했다고 고쳐놓은 게 들통나 혼날까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안방에서 낮잠을 자던 모친의 왼쪽 눈을 찔렀다가 목을 졸랐고,모친이 저항하자 흉기로 식도를 찔러 그 자리에서 사망케 했다.

A군은 안방에 있는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새를 봉인하기까지 했지만,5년 간 별거하던 부친이 지난 22일 집에 찾아갔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119 소방대에 연락해 결국 범행이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A군은 최근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