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은행 M&A로 외국계 1위 부상
산업은행의 우즈베키스탄 현지 은행인 UzKDB는 카리모프 이슬람 대통령이 매일 출퇴근하는 '오이벡로(路)'에 자리잡고 있다. 타슈켄트 시민들이 '대통령길'이라고 부르는 곳에서도 핵심적인 지역이다. 건물 외벽에 걸린 가로 20m,세로 10m의 푸른색 대형 UzKDB 간판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 오전 9시.이곳을 출발한 산업은행 직원들이 차로 10분을 달려 'RBS(Royal Bank of Scotland) Uz'에 도착했다. 곽용규 단장을 비롯해 산은 본점에서 파견된 인수팀이었다. 이들은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자료 일체를 넘겨받았다. RBS Uz의 주식 82.35%의 이체도 이날 완료됐다.

UzKDB가 약 1년 만에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고 경영권을 공식 확보한 순간이었다. UzKDB는 이날부터 합병작업에 나섰다. 현지 금융 당국의 행정 처리에 소요되는 9개월 정도가 지나면 RBS Uz의 간판도 내릴 계획이다.

UzKDB는 지난 7월 말 기준 자산이 1억8000만달러로 우즈베키스탄 내 31개 은행 가운데 16위였다. 자산 4억달러의 RBS Uz를 인수함에 따라 순위는 7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UzKDB보다 규모가 큰 은행들은 모두 사실상 우즈베키스탄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들인 만큼 이번 인수 · 합병으로 최대 외국계 은행이 된 것이다.

황원춘 UzKDB 행장은 "유럽계 기업을 고객으로 둔 RBS Uz 인수로 외국계 은행으로는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됐다"며 "동일인 대출 한도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기업들에 대한 대출 수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카드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산은과 달리 UzKDB는 현지에서 신용카드(비자)와 직불카드 영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RBS Uz 인수로 신용카드(마스터) 고객까지 한꺼번에 확보해 카드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UzKDB의 위상은 그 규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이 최근 이곳을 방문했을 때 최대 국책은행인 NBU(National Bank of Uzbekistan)와 함께 외국계 은행으로는 UzKDB를 유일하게 찾아 금융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돌아갔다.

무라마트 야쿠브자노브 중앙은행 총재 특별보좌역은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UzKDB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UzKDB는 건전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은 물론 국제 기준의 새로운 은행영업 기법을 이곳에 소개하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UzKDB의 사업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무라마트 보좌역은 지갑에서 KDB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신용카드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중장기적으로 UzKDB를 중앙아시아 진출의 거점 은행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수르길 가스전,나보이 경제특구 등 대규모 사업에 진출하는 한국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접한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황 행장은 "중앙아시아는 천연자원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이 열리면 준비된 은행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