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러진 뒤 10년 투혼…주미 강 바이올린 열정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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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사계' 등 연주…11월 말 첫 독주 앨범 발매
열두 살이 되던 1999년 9월,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시카고 심포니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 잡혔다. 뭐든지 빨랐던 어린 소녀에게 시련도 빨리 찾아왔다. 협연을 한 달 앞두고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진 것.또래보다 훌쩍 큰 키 때문에 학교 농구부에서 눈독을 들인 게 화근이었다. 의사들은 "바이올린을 다시 못할 것"이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클라라 주미 강(24 · 사진)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같은 해 하노버국제콩쿠르 2위,2010년 센다이국제콩쿠르와 세계 3대 바이올린콩쿠르 중 하나인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한 지 5년 만이었다.
"세계 3대 콩쿠르에서 1등하고 (콩쿠르) 은퇴해서 속이 시원하죠.만약 2등만 했어도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 나갔겠죠.한국에 올 때 고민도 많았는데 한예종에 다니지 않았다면 치열한 현실도,음악의 세계도 잘 몰랐을 거예요. (손)열음 언니,(김)선욱이,(신)현수 등 또래 음악가들과 만날 수 있어 더 좋고요. "
173㎝의 늘씬한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는 올해를 '미친 스케줄의 해'라고 불렀다.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 우승으로 4년간 임대받은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미국 전역을 누볐다. 한국에서 대관령국제음악제,두 번의 독주회,서울스프링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유니버설뮤직과 첫 독주 앨범 녹음도 끝냈다.
오는 28일에는 창단 460년이 넘은 유럽 최고(最古)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연주자들이 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실내관현악단'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비발디 '사계'를 협연한다. 독주,실내악,오케스트라 협연을 모두 즐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연주자다.
"실내악은 외로운 솔리스트들이 모여 호흡하니 좋아요. 대가들로부터 많이 배우고요. 오케스트라 협연은 진짜 디바가 되는 기분이죠.1 대 80으로 맞붙어서 주거니받거니 하잖아요. 소리도 크게 쾅쾅 질러보고요. 독주회가 부담이 많지만 관객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아주 작은 피아니시시모까지 귓속말 하듯 말할 수 있어 가장 매력적이에요. "
그는 이번 연주회를 위해 그만의 '사계'를 찾고 있다고 했다. 연주가 워낙 많다 보니 드레스를 뭘 입을지도 고민이다. "바흐를 연주할 때 새빨간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잖아요. 무대 위 의상과 곡과 사람이 다 따로 놀면 쳐다도 보기 싫던데….이럴 땐 남자들이 부러워요. "
11월 말에는 첫 독주 앨범을 발매한다. 데뷔 앨범치고 레퍼토리가 꽤 공격적이다.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 슈베르트의 '마왕',외젠 이자이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27',프리츠 크라이슬러의 '레치타티브와 스케르초-카프리스 작품6',나탄 밀슈타인의 '파가니니아나' 등이 담겨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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