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통과 이후] "농협이 미국서 농산물 생산…해외에 팔 수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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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덕수 주미대사
美 와인 관세 없어지면 경쟁 때문에 칠레산도 싸질 것
ISD는 글로벌 스탠더드…美시장서 한국 보호장치 될 것
토끼는 한 평 풀밭이면 족하지만 사자에겐 초원이 필요하다
美 와인 관세 없어지면 경쟁 때문에 칠레산도 싸질 것
ISD는 글로벌 스탠더드…美시장서 한국 보호장치 될 것
토끼는 한 평 풀밭이면 족하지만 사자에겐 초원이 필요하다
"토끼는 한 평 정도의 풀밭이면 족하지만 사자는 초원이 필요하다. "
한덕수 주미대사(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의미와 과제를 토끼와 사자를 빗대 설명했다. 토끼와 사자의 생존 영역이 다르듯이 한 · 미 FTA가 발효되고 나면 한국 경제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란 뜻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그는 한 · 미 투자협정(BIT)을 협상하면서 한 · 미 FTA의 발판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경제부총리,국무총리,한 · 미 FTA 체결지원위원장을 맡아 한 · 미 FTA 정책을 입안하고 조율했다. 최근엔 주미대사로서 미 의회가 한 · 미 FTA를 비준하는 데 공을 세웠다.
한 대사는 무엇보다 개방과 경쟁이라는 틀에서 한 · 미 FTA를 이해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개방해서 망한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4개국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 발전했다"면서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등이 개방해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지적했다. 양자 간 FTA는 서로 관세까지 없애 개방을 확대하고 시장을 더 넓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사는 이어 "시장 개방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 칠레 FTA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 농업은 다 죽는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나. 영화시장을 개방했지만 국산 영화는 계속 잘 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개방이 오히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
한 대사는 "우리 농업도 이제 FTA를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안에서만 꼭 농산물을 생산해 팔아야 하느냐"면서 "농협이 미국의 넓은 땅을 사서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왜 마다하느냐"고 제언했다.
한 대사는 한 · 미 FTA가 또 다른 시장 경쟁을 불러일으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을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지난해 두 배,올해는 약 45% 늘었지만 한우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우리 축산농가가 질 좋은 한우를 열심히 개발한 데다 미국산이 기존의 호주산 쇠고기 시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 칠레 FTA 이후 칠레산 포도주의판매가격이 그다지 낮춰지지 않은 것과 관련,"아직 칠레산과 경쟁할 만큼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와인이 없었던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 미 FTA를 통해 미국산 와인에 대한 25% 관세가 없어지면 경쟁이 붙어 칠레산 와인 가격이 내리지 않고선 못 배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개방과 경쟁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지원하고 보상하는 정책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 대사는 "한 · 미 FTA가 완전히 이행되면 5년 뒤 우리 경제 규모가 1조5000억달러로 불어나 18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FTA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늘어나는 세금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어려워진 계층과 산업을 돕고 배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주권 침해를 들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의 폐기나 유보를 주장한 데 대해선 단호했다. 그는 "ISD 조항은 글로벌 스탠더드인데 왜 없애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에 우리가 주권만 원했다면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요구를 거부해 외환이 거덜 났을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하지 말고 우리만 특별히 불리한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중견 개방국가인 한국에 ISD 조항도 국제적인 기준과 관행"이라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코스트인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우리 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한덕수 주미대사(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의미와 과제를 토끼와 사자를 빗대 설명했다. 토끼와 사자의 생존 영역이 다르듯이 한 · 미 FTA가 발효되고 나면 한국 경제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란 뜻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그는 한 · 미 투자협정(BIT)을 협상하면서 한 · 미 FTA의 발판을 만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경제부총리,국무총리,한 · 미 FTA 체결지원위원장을 맡아 한 · 미 FTA 정책을 입안하고 조율했다. 최근엔 주미대사로서 미 의회가 한 · 미 FTA를 비준하는 데 공을 세웠다.
한 대사는 무엇보다 개방과 경쟁이라는 틀에서 한 · 미 FTA를 이해하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개방해서 망한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4개국은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 발전했다"면서 "그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등이 개방해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지적했다. 양자 간 FTA는 서로 관세까지 없애 개방을 확대하고 시장을 더 넓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사는 이어 "시장 개방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 칠레 FTA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 농업은 다 죽는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나. 영화시장을 개방했지만 국산 영화는 계속 잘 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개방이 오히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
한 대사는 "우리 농업도 이제 FTA를 십분 활용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안에서만 꼭 농산물을 생산해 팔아야 하느냐"면서 "농협이 미국의 넓은 땅을 사서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왜 마다하느냐"고 제언했다.
한 대사는 한 · 미 FTA가 또 다른 시장 경쟁을 불러일으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을 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지난해 두 배,올해는 약 45% 늘었지만 한우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며 "우리 축산농가가 질 좋은 한우를 열심히 개발한 데다 미국산이 기존의 호주산 쇠고기 시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 칠레 FTA 이후 칠레산 포도주의판매가격이 그다지 낮춰지지 않은 것과 관련,"아직 칠레산과 경쟁할 만큼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와인이 없었던 게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 · 미 FTA를 통해 미국산 와인에 대한 25% 관세가 없어지면 경쟁이 붙어 칠레산 와인 가격이 내리지 않고선 못 배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개방과 경쟁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지원하고 보상하는 정책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 대사는 "한 · 미 FTA가 완전히 이행되면 5년 뒤 우리 경제 규모가 1조5000억달러로 불어나 18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FTA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늘어나는 세금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어려워진 계층과 산업을 돕고 배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주권 침해를 들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의 폐기나 유보를 주장한 데 대해선 단호했다. 그는 "ISD 조항은 글로벌 스탠더드인데 왜 없애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에 우리가 주권만 원했다면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요구를 거부해 외환이 거덜 났을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하지 말고 우리만 특별히 불리한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중견 개방국가인 한국에 ISD 조항도 국제적인 기준과 관행"이라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코스트인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우리 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