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2억 中企가 연구소 설립…연료전지 시스템 대박 예감
한상철 알티아이(RTI)엔지니어링 대표(47)는 2005년에 '통 큰' 결단을 내렸다. 공장을 실제로 짓기 전에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소형으로 짓는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당시 회사 매출이 연 12억원에 불과했다. 좀 과장해 '근근이 입에 풀칠 정도하는' 규모였다. 한 대표는 그런데도 연구소를 짓기로 했다. 미래의 새 사업을 위해서는 연구소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한 대표는 "규모가 작은데 연구소를 짓는다고 하니 주변 분들이 '그게 가능하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기억했다.

한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2006년 대전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연료전지용 개질기(開質機)'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개질기는 연료전지(수소와 산소 사용)에 필요한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분리해 공급하는 장치다. 연료전지 시장이 커지면 연료전지에 필요한 이 장치의 수요 또한 자연히 늘게 된다.

미래 시장에 대한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연구 ·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나 인력 등 모든 게 힘에 부쳤다. 이때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으로부터 자금과 기술자료는 물론 해외 시장조사까지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한 대표는 "진흥원의 도움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개질기가 해외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의 현재 주력사업인 '파일럿 플랜트'사업이 순항을 타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장비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에쓰오일,LG화학,코오롱,효성,SK케미칼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에 공급했다.

이 회사는 이 장비를 기성복처럼 만든 신제품 '카타큐브'도 개발했다. 한 대표는 특히 카타큐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온도와 압력 등을 각자가 필요한 수준으로 자유롭게 조절해 실험할 수 있는 이 제품이 공장용 공정 실험 장비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한 대표는 개질기에 앞서 카타큐브로 해외 시장을 뚫어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63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내수형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내년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지사가 아닌 순수한 다국적 기업 공략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현재도 유수의 독일계 기업과 증류설비의 파일럿 플랜트 제작과 관련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내 사옥을 짓고 대전과 안양 등에 흩어진 직원들을 한데 모으고 2016년에는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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