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싼 최대주주와 2대주주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24일 하이마트 측은 전날 오전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후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고, 유진그룹 측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 행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올라서면서 시작됐다. 하이마트 창업자이자 2대주주인 선종구 회장은 유 회장 공동대표에 선임에 불만을 품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하이마트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면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유진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31.3%이며, 선종구 회장과 우호지분의 합은 약 28%다.

이에 선 회장은 지난 22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진그룹이 약 70%에 해당하는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유진그룹 측은 "선 회장이 회사를 떠나 경쟁회사를 설립키로 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했다"며 "하이마트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 발송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오는 30일 개최 예정인 이사회의 안건을 기존 각자 대표이사 선임에서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수정, 선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하이마트 측은 나머지 70%의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임장 대결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하이마트 전국 304개 지점이 유진그룹 측에 항의의 뜻으로 하룻동안 문을 닫는다.

일단 기관 투자자들은 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나섰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하이마트 주주총회 안건인 이사선임의 건에 대해 기존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삼성운용은 지난 21일 최초 공시에서는 '찬성' 의사를 표명했으나, 안건이 '각자 대표이사 선임'에서 '대표이사 개임'으로 바뀌자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삼성운용은 하이마트 주식 40만1862주(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마트 주식 6만6882주(지분 0.28%)를 보유하고 있는 칸서스자산운용도 '대표이사 개임'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날 최고경영자(CEO) 교체 리스크가 부각된 하이마트는 전날 대비 1만1100원(12.76%) 급락한 7만59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와 반대로 유진기업 주가는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에 상한가로 치솟았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