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상한 저축은행 인수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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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진행한 저축은행 매각 입찰이 일단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 우리 · KB · 신한 ·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대거 참여해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돼서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적지 않다.
예보가 지난 22일 발표한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각각 선정됐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때부터 시장이 예상한 대로였다.
신한금융은 토마토저축은행을 놓고 예보를 대주주로 둔 우리금융과 경쟁했다. 우리금융이 예보와 특수관계여서 논란을 빚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신한금융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유효경쟁 조건을 맞추고 인수가격을 높여주기 위한 'X맨'이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은 올초 가장 먼저 삼화저축은행을 인수,추가 인수에 대한 필요성이 적은 상황이었다.
KB금융도 이날 하나금융을 제치고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저축은행에 문제가 많다"면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주목할 반응은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이었다. 곧바로 "저축은행 인수 의지가 강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고 설명하며 이례적으로 제일2 · 에이스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23일 예보가 두 저축은행 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금융지주 중에선 하나금융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금융지주사들은 겉으로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서민금융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금융당국 압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당국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저축은행 사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다. BS금융이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급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을 사실상 떠안은 금융지주들은 부실을 염두에 두고 확대경영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의 저축은행 인수 '경쟁'은 또 하나의 '규제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
예보가 지난 22일 발표한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각각 선정됐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때부터 시장이 예상한 대로였다.
신한금융은 토마토저축은행을 놓고 예보를 대주주로 둔 우리금융과 경쟁했다. 우리금융이 예보와 특수관계여서 논란을 빚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신한금융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유효경쟁 조건을 맞추고 인수가격을 높여주기 위한 'X맨'이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은 올초 가장 먼저 삼화저축은행을 인수,추가 인수에 대한 필요성이 적은 상황이었다.
KB금융도 이날 하나금융을 제치고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저축은행에 문제가 많다"면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주목할 반응은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이었다. 곧바로 "저축은행 인수 의지가 강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고 설명하며 이례적으로 제일2 · 에이스저축은행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23일 예보가 두 저축은행 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금융지주 중에선 하나금융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금융지주사들은 겉으로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을 서민금융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금융당국 압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당국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저축은행 사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이다. BS금융이 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급락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저축은행을 사실상 떠안은 금융지주들은 부실을 염두에 두고 확대경영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의 저축은행 인수 '경쟁'은 또 하나의 '규제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