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 인간의 아찔한 결혼 생활
뱀파이어남자 에드워드와 인간여성 벨라의 결혼식은 눈부시다. 울창한 숲속에서 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영원의 사랑을 맹세한다. 하객들은 인간과 뱀파이어, 벨라를 짝사랑하던 늑대족 제이콥 등이다. 이질 집단들이 결혼식을 계기로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듯싶다.

허니문은 결혼식보다 더 아름답다. 브라질의 외딴 섬에 있는 호화 별장으로 떠난 신혼부부는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풍광에서 시간을 갖는다. 여기까지 장면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사랑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데 이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여성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그러나 벨라가 임신하고 그 태아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자란다. 그녀는 병색이 짙어진다. 결혼의 환상이 눈부시게 밝을수록 뜻밖의 임신 은 더욱 무섭다.

빌 콘돈 감독의 할리우드영화 ‘브레이킹 던’(사진)은 결혼의 환상과 임신의 공포를 그린 로맨스판타지다. 전 세계 소녀팬을 열광시킨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결혼식과 허니문이 사랑의 즐거움을 형상화했다면 임신과 출산은 사랑의 공포와 두려움이다.

벨라가 잉태한 태아는 과연 인간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일까, 엄마처럼 선한 인간일까. 뱀파이어의 아기를 낳는 벨라는 순혈을 간직할 것인가. 이 모든 의혹을 둘러싼 갈등과 대결이 늑대족과 초식 뱀파이어 컬렌가 사이에 폭발하고 만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결혼식 전까지 순결을 간직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의 판타지다. 서구에서는 인간과 뱀파이어 간의 결혼이란 상상 속에서나 실현될법한 판타지 일지도 모른다.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한 벨라 역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 역 로버트 패틴슨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속삭인다.

북미에서는 지난 18일 개봉돼 첫날 7200만달러(829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흥행 사상 개봉일 수익 역대 3위다. 11월30일,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