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사라마구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
[이 아침의 인물] 사라마구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
“인내심을 가져라. 시간이 제 갈 길을 다 가도록 해줘라. 운명은 많은 우회로를 거치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아직도 확실히 깨닫지 못했는가.”

포르투갈어권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제 드 소자 사라마구는 1995년 발표한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렇게 썼다. 발표 당시 그는 73세였다. 시간 앞에서 겸허해야 함을 느낀 한 노인의 세계관은 2004년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도 드러났다. 이 책에서 그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다. 우리는 삶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사라마구는 1922년 11월26일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아지냐가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89년 전 오늘이다.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일했지만 학구열은 남달랐다. 틈틈이 공부해 1947년 소설 《죄악의 땅》을 발표했고, 잡지사로 직장을 옮겼다. 이후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1974년 독재자 살라자르에 대한 저항운동에 가담했다. 1991년에는 《예수 복음》으로 종교적 권위에 도전했다. 그러나 시간의 섭리에는 순종했다. 2010년 6월18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을 때 조제사라마구재단은 “평온하게 작별인사를 했다”고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