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에서 유행하는 말은 “몸싸움은 없었다”다. 국회에서 몸싸움이 수반된 표결에 참여하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의원들을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과 국회 경위 간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몸싸움이 없었다”는 말만 나온다. 의원들 간 몸싸움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비준안이 처리된 지 3일이 지난 25일까지 책임을 지고 불출마하겠다는 의원은 없다.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었던 남경필 의원은 불출마 문제에 대해 “더 성찰하겠다”고만 했다. 남 의원은 “최루탄이 터지는 상황은 국회를 다시 한번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으로 만든 비정상적 상황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몸싸움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거취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몸싸움 반대를 강조했던 소장파 의원 모임 ‘민본21’ 회의에서도 불출마 얘기는 없었다. 민본21은 회의 후 “바로 선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FTA 합의 처리를 주장하며 단식에 나섰던 정태근 의원은 비준안 처리 직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 사격은 계속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끝까지 노력한 분들이 그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의 뜻이 결과적으로 못 미쳤다고 해서 이를 희생으로 귀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