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어도 간다. 길에서만 자전거를 탄다는 편견은 버려라.”

계절별로 옷을 갈아입는 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레포츠를 꼽으라면 산악자전거(MTB)가 정답이다. 박진감 넘치는 라이딩을 선호하는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산에서 타는’ 진짜 MTB 열풍이 불고 있다. 25일 서울 송파구 오금공원을 찾아 본격 MTB를 체험했다.

도로에서 타는 로드사이클이 ‘스피드’를 즐기는 데 제격이라면 MTB 중에서도 산을 타는 ‘프리라이딩’이나 산 정상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다운힐’은 박진감에 재미까지 주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분류된다. 이날 도전한 종목은 프리라이딩.

오금공원은 해발 200m의 야산을 활용해 만든 조용한 공원이지만 얕잡아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이날 교관으로 나선 국가대표 출신 박성재 곤바이크 팀장은 “급격한 경사와 나무계단, 활강 코스에나 있을 법한 내리막길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초보자가 산악 MTB의 기본기를 배우기에 좋은 곳”이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도로를 따라 가볍게 5분을 타고 가니 공원 입구가 나온다. 산악 MTB의 기본인 언덕을 오르는 코스. 경사는 30도 정도로 급한 편이 아니지만 나무 밑둥과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재한 난코스다. 박 팀장은 “올라갈 땐 몸을 앞으로 숙이고 엉덩이를 안장 앞코에 얹고 체중을 앞으로 실어 넘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번째 시도.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의욕 넘치게 페달을 밟았지만 ‘어이쿠’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자전거 앞바퀴가 나무 밑둥에 걸리면서 미끄러져 버린 것. 서너 번 더 시도해봤지만 만만치 않다.

초입부터 땀으로 온몸을 적신 후 낙엽이 가득 깔린 오솔길을 가로질러 내리막 코스에 도전한다. 내리막에선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팔을 쭉 펴고 체중을 뒤로 싣는 게 중요하다. 속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뒷브레이크를 잡는 기술이 필수.

시범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보지만 60m가량의 내리막길은 그 자체로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시작한 다운힐이 불안하다. 핸들을 좌우로 틀면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내려가는데 곳곳에 쌓인 낙엽이 훼방을 놓는다.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선 순간순간 미끄러질 듯 불안하다. 난코스를 지나면서 브레이크를 풀고 마음껏 가속한다. ‘휴’ 하는 한숨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스피드를 즐긴다.

마지막 난코스는 10m 정도 이어진 나무계단 내려가기. 작은 실수라도 넘어져 크게 다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주저하는 기자에게 박 팀장은 “자전거의 성능을 믿고 내려오면 된다”고 안심시킨다. 체중을 뒤로 실은 채 내려가면 자전거가 충격을 흡수해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된다! 속도를 줄이고 쿵쿵 거리며 계단을 하나씩 천천히 내려가는데 기분이 묘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고 할까.

고성곤 곤바이크 대표는 “산악자전거의 매력은 코스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항상 달라진다는 것”이라며 “다운힐은 빠른 스피드와 격한 움직임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체력 증진에도 좋아 직장인들도 많이 즐긴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