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지원 물자 분배 현장서 첫 검증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물자에 대한 분배 모니터링을 위해 정부 당국자가 북한을 방문한다. 인도적 지원의 분배 모니터링을 위해 정부 당국자가 방문하는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어서 남북 간 기류 변화를 알리는 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조중훈 인도지원과장이 민간단체인 평화대사협의회 관계자들과 함께 오늘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총 5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은 평양에 숙소를 두고 평화대사협의회가 북측에 전달한 밀가루 300의 분배투명성 확인을 위해 평안북도 정주의 탁아소와 유치원 등을 방문한 뒤 29일 귀국한다.

통일부는 “남측의 지원 물자가 수혜자에게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분배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번 정부 당국자의 방북은 분배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방북은 단순한 모니터링 강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5·24 대북제재조치가 발효된 뒤 정부 당국자가 평양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한은 조 과장이 정부 관계자인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방북 초청장을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최근 민간단체를 통해 강화된 모니터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전달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의 ‘방법론적 유연성’에 대해 북한이 ‘성의’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취임한 이후부터 비정치·비군사적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과 대화채널을 열어가겠다는 ‘방법론적 유연성’을 추진해왔다. 북한이 모니터링을 위해 정부 당국자의 방북을 받아들임으로써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향후 정부가 인도적 지원 분야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번 방북이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한 정치 분야에까지 남북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북한은 부정하고 있다. 지난 6월 북한이 남북 간 비공개 접촉을 폭로할 정도로 불신의 골은 여전하다.

북한은 정부 당국자의 방북을 불과 하루 앞둔 24일 우리 군의 서해상 훈련을 빌미로 ‘청와대 불바다’를 거론하며 강도 높은 위협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강온 기류는 북한 내부에서 대남 전략에 대한 혼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이 모두 인도적 사안을 매개로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당장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에는 여전히 ‘탐색전’적 성격이 크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열릴 가능성이 있는 제3차 남북 비핵화대화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3차 북·미대화의 결과가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