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접어들면서 직장인들이 송년회 준비로 부쩍 바빠지는 모양새다. 다른 나라는 연말을 어떻게 보낼까.

‘망년회’라는 말의 유래가 된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송년회 문화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봤던 사람들과도 연말 중 하루는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한국에 비하면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지만 횟수는 더 잦다. 회사 내에서도 팀, 부서, 회사전체, 거래처와의 송년회를 모두 따로 갖는다. 한마디로 일본인 대부분이 연말을 ‘끝없는 송년회’로 보낸다. 다만 모일 때마다 밥값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억지로 참석을 강요하지 않고, 상사와 함께 하는 송년회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돼 있다.

구미 국가들은 잦은 송년 모임을 갖기보다는 해가 바뀌는 날 가족과 조용하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독일에선 가족이 함께 모여 오래된 흑백 영화를 보며 한 해를 정리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엔 납을 이용해 새해 점괘를 본다. 납 조각을 작은 국자에 담은 후 초에다 녹인 액체를 찬물에 떨어뜨려 굳어진 모양으로 운세를 예측한다. 이 때문에 연말이 되면 상점들에는 국자, 수은, 점궤 풀이책이 함께 담긴 ‘점궤 패키지’가 인기를 끈다.

이탈리아에선 3~4시간에 걸쳐 먹는 ‘거한 저녁’이 송년의 트레이드마크다. 워낙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탓에 보통은 점심을 굶고 넉넉한 바지를 입은 후 ‘최후의 만찬’에 임한다. 긴 식사를 마치고 자정이 되면 모두가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폭죽과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프랑스는 보통 가족과 조용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2월31일 밤 대형 퍼레이드가 열리는 샹제리제 거리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카운트다운’을 함께한다. 카운트다운을 하고 해가 바뀌면 주변 사람들과 볼에 키스를 하는 전통이 있다. 이날만큼은 길에서 처음 본 사람들과도 서로의 볼에 입술을 마추며 한 해가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 ‘처음으로 키스를 나눈 상대와 이뤄진다’는 미신이 있어 젊은이들은 맘에 드는 사람 옆에 서기 위해 분투하기도 한다.

스페인에선 12월31일 가족이나 친구와 모여 포도를 씻어 준비하며 해를 보낼 준비를 한다. 한사람 당 열두 알의 포도알을 준비하는데, 이는 1년 12달을 의미한다. 자정 때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준비한 포도를 먹으며 소원을 빈다. 종소리도 12번 울리기 때문에 종소리가 한 번 울릴 때마다 포도 한 알을 먹고 소원을 한 가지씩 빈다. 이 전통은 1960년대 스페인 정부가 ‘포도 사먹기 운동’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당시 포도 수요가 급감해 울상을 짓던 농가를 돕기 위해 벌였던 캠페인이 지금은 송년 풍습이 됐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