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사설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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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코난 도일이 1893년 단편 추리소설 ‘마지막 사건’을 발표하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주인공 셜록 홈스가 폭포에서 악당과 격투를 벌이다 함께 떨어져 죽는 것으로 끝낸 게 문제였다. 도일은 역사 소설에 전념하기 위해 셜록 홈스 시리즈를 더이상 쓸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욕설 섞인 항의가 끊이지 않자 1904년 ‘빈집의 모험’을 통해 홈스를 다시 살려냈다.
냉철한 판단력과 직관,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범죄 현장을 누비는 탐정은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타이거 우즈의 섹스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레이철 우치텔도 올봄 탐정으로 변신했다. 로스앤젤레스 DGA탐정아카데미에서 총기훈련, 미행, 실종자 수색, 은닉재산 조사 등의 과정을 수료한 후 자격증을 따냈단다. 전문분야가 불륜 배우자 수사라니 전공을 제대로 찾은 셈인가. ‘펠리컨 브리프’ ‘타임 투 킬’ ‘의뢰인’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은 자격증 없이 탐정 노릇을 하다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아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의 야구코치 부인에게 남편의 부정을 알리는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자 코치와 함께 범인을 찾아내던 중 극비서류를 빼낸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사설탐정은 산업스파이 조사, 행방불명자나 가출자 찾기, 불륜증거 수집 같은 분야에서 주로 활약한다. 미국에선 1998년 르윈스키 사건 때 특별검사가 탐정을 고용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유럽 주요 국가와 일본도 사설탐정을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불법이라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외국 사설탐정도 국내에 들어와 영업중이다.
사설탐정을 허용하는 경비업법 개정안이 얼마전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검찰 경찰 등 국가수사기관을 대신해 민간이 각종 조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경찰의 물밑 다툼이 변수다. 퇴직 후 재취업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경찰은 찬성하는 반면 변호사 업무를 일부 잠식당하게 될 법조계에선 반대한다. 판·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를 통과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질이 부족한 탐정을 양산하거나 사생활 침해, 증거물 불법 수집 등 편법이 횡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사기사건 20여만건의 기소율은 20%에 불과하다. 산업스파이 사건과 실종자 수도 해마다 늘어난다.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그 빈 틈을 잘 메울 수만 있다면 사설탐정 도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냉철한 판단력과 직관,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범죄 현장을 누비는 탐정은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타이거 우즈의 섹스 파트너 중 한 명이었던 레이철 우치텔도 올봄 탐정으로 변신했다. 로스앤젤레스 DGA탐정아카데미에서 총기훈련, 미행, 실종자 수색, 은닉재산 조사 등의 과정을 수료한 후 자격증을 따냈단다. 전문분야가 불륜 배우자 수사라니 전공을 제대로 찾은 셈인가. ‘펠리컨 브리프’ ‘타임 투 킬’ ‘의뢰인’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은 자격증 없이 탐정 노릇을 하다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아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의 야구코치 부인에게 남편의 부정을 알리는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자 코치와 함께 범인을 찾아내던 중 극비서류를 빼낸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사설탐정은 산업스파이 조사, 행방불명자나 가출자 찾기, 불륜증거 수집 같은 분야에서 주로 활약한다. 미국에선 1998년 르윈스키 사건 때 특별검사가 탐정을 고용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유럽 주요 국가와 일본도 사설탐정을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불법이라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외국 사설탐정도 국내에 들어와 영업중이다.
사설탐정을 허용하는 경비업법 개정안이 얼마전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검찰 경찰 등 국가수사기관을 대신해 민간이 각종 조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경찰의 물밑 다툼이 변수다. 퇴직 후 재취업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경찰은 찬성하는 반면 변호사 업무를 일부 잠식당하게 될 법조계에선 반대한다. 판·검사와 변호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를 통과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질이 부족한 탐정을 양산하거나 사생활 침해, 증거물 불법 수집 등 편법이 횡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사기사건 20여만건의 기소율은 20%에 불과하다. 산업스파이 사건과 실종자 수도 해마다 늘어난다.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그 빈 틈을 잘 메울 수만 있다면 사설탐정 도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