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바꿔주고 토슈즈 사주고 뒤풀이까지…젊은 기업인들의 '예술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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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스페셜
정용진·박진원 등 돈만 내는 후원 탈피…예술가와 직접 소통
SNS 통해 단원들 경조사도 챙겨
정용진·박진원 등 돈만 내는 후원 탈피…예술가와 직접 소통
SNS 통해 단원들 경조사도 챙겨
국립발레단과 서울시향의 드라마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오픈 리허설이 한창이던 지난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객석 맨 앞에 두 사람이 앉아 연습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시향 후원회장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사장(43)과 허인영 승산 사장(39)이었다.
둘은 1막 연습이 끝나자 오케스트라 피트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찾아가 “발레 지휘라니 색다른데, 기대가 큽니다”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로렌조 신부 역을 맡느라 머리를 빗어 넘긴 이영철 수석무용수의 머리를 신기한 듯 만져보면서 출연자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공연 개막 후에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3)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43), 이우현 OCI 부사장(43), 오치훈 대한제강 부사장(37) 등도 서울시향 공연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단골 손님’이다.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 경영으로 바쁜 중에도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찾아 단원들을 격려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서울시향 후원회원은 2년 새 18명에서 3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평균 연령도 41.2세로 확 낮아졌다. 68년생 동갑내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상당수는 국립중앙박물관 후원회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FM·Young Friends of the Museum)’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오케스트라 파트별 단원들과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주변 고깃집에 모인다. 그 자리에서는 “지난번 공연 때 그 부분에서 지은 표정이 압권이었다”는 공연 얘기부터 “요즘 연습하면서 힘든 것 없느냐, 우리 애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좋으냐” 등 사소한 질문까지 오간다.
50~60대가 주축이던 기존 후원회가 40대로 ‘물갈이’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주 넥슨 회장,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김재훈 영풍제약 이사 등 12명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후원회장단의 평균 연령은 41.5세. 최연소자는 이건훈 한국제분 상무(30)다.
이들을 포함한 국립발레단 후원회원은 모두 111명. 연간 500만원 이상 후원자가 43명, 100만원 이상은 68명이다. 이들이 내는 후원금은 연간 3억~4억원에 이른다.
후원회가 젊어지면서 후원회와 예술가들이 직접 호흡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국립발레단과 서울시향 연습실은 공연 전 출연자들의 연습 장면을 미리 보려는 후원회원과 가족들로 북적인다. 간식을 사오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호칭도 서로 “형” “언니”로 허물없다. 한 후원회원은 “공연을 볼 때 전에는 관객으로 봤지만 지금은 가족처럼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하다”며 “잘했을 때는 감동도 더 크다”고 말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단원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서로의 근황과 공연 소식을 체크하기도 한다. 국립발레단의 한 단원은 “가족 중 한 사람이 몹시 아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원회원 한 분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줘서 크게 감동받았다”고 했다.
예술가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다 보니 후원 방법도 다양해졌다. 발레단원들에게는 소모품인 토슈즈를 지원하고, 해외 공연 때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늘렸다.서울시향 후원회는 단원들을 위해 오케스트라 의자를 모두 프랑스산으로 바꾸고 악기도 교체해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둘은 1막 연습이 끝나자 오케스트라 피트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찾아가 “발레 지휘라니 색다른데, 기대가 큽니다”라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로렌조 신부 역을 맡느라 머리를 빗어 넘긴 이영철 수석무용수의 머리를 신기한 듯 만져보면서 출연자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공연 개막 후에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43)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43), 이우현 OCI 부사장(43), 오치훈 대한제강 부사장(37) 등도 서울시향 공연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단골 손님’이다.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 경영으로 바쁜 중에도 공연장이나 연습실을 찾아 단원들을 격려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서울시향 후원회원은 2년 새 18명에서 3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평균 연령도 41.2세로 확 낮아졌다. 68년생 동갑내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상당수는 국립중앙박물관 후원회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FM·Young Friends of the Museum)’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오케스트라 파트별 단원들과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주변 고깃집에 모인다. 그 자리에서는 “지난번 공연 때 그 부분에서 지은 표정이 압권이었다”는 공연 얘기부터 “요즘 연습하면서 힘든 것 없느냐, 우리 애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좋으냐” 등 사소한 질문까지 오간다.
50~60대가 주축이던 기존 후원회가 40대로 ‘물갈이’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주 넥슨 회장,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김재훈 영풍제약 이사 등 12명을 비롯해 국립발레단 후원회장단의 평균 연령은 41.5세. 최연소자는 이건훈 한국제분 상무(30)다.
이들을 포함한 국립발레단 후원회원은 모두 111명. 연간 500만원 이상 후원자가 43명, 100만원 이상은 68명이다. 이들이 내는 후원금은 연간 3억~4억원에 이른다.
후원회가 젊어지면서 후원회와 예술가들이 직접 호흡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국립발레단과 서울시향 연습실은 공연 전 출연자들의 연습 장면을 미리 보려는 후원회원과 가족들로 북적인다. 간식을 사오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호칭도 서로 “형” “언니”로 허물없다. 한 후원회원은 “공연을 볼 때 전에는 관객으로 봤지만 지금은 가족처럼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하다”며 “잘했을 때는 감동도 더 크다”고 말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해 단원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서로의 근황과 공연 소식을 체크하기도 한다. 국립발레단의 한 단원은 “가족 중 한 사람이 몹시 아파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원회원 한 분이 직접 찾아와 격려해줘서 크게 감동받았다”고 했다.
예술가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다 보니 후원 방법도 다양해졌다. 발레단원들에게는 소모품인 토슈즈를 지원하고, 해외 공연 때 비행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늘렸다.서울시향 후원회는 단원들을 위해 오케스트라 의자를 모두 프랑스산으로 바꾸고 악기도 교체해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