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은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였다. 2011년 11월11일 11시11분, ‘11’이 5번이나 들어가는 이날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 21층에는 국내 최대 프라이빗뱅킹(PB) 센터가 문을 열었다. 국민은행의 강남스타PB센터다. PB만 16명. 통상 1개 PB센터에 배치하는 인원 5명의 3배를 넘을 뿐 아니라 전원 최고 에이스들로만 구성한 최강 군단이다. 고객은 금융자산만 30억원이 넘는 초고액 자산가들이다.

진짜 큰 부자들은 지금 같은 재테크 혼돈기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을지, 강남스타PB센터의 ‘스타 PB’들과 긴급 좌담회를 열어 들어봤다. 이날 자리에는 김영규 수석센터장, 우기호 부센터장, 권순희 팀장, 조영욱 팀장, 곽명휘 부동산팀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이 맡았다.

▶사회=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법이 달라진 것 같다.

▶김 센터장=그렇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산이 반토막난 고객들은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상품을 잘 모르는 채 말만 듣고 투자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이제 ‘무늬만 PB’로는 안 된다. PB센터에 세무사가 상주하고, 투자 대상도 아주 구체적인 물건이나 상품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을 손님(customer)으로 보면 안 된다. 의뢰인(client)으로 봐야 한다.

▶사회=이곳 고객들은 요즘 재테크할 때 무엇을 중시하나.

▶김 센터장=수익률은 조금 낮아도 관계없다. 하지만 손해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정 추구형도 아니다. 사업으로 부를 모은 분들은 고령이라도 투자 성향이 있고, 상속으로 부를 물려받은 경우에는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우 부센터장=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많아 절세상품에 민감하다. 부동산 수요도 여전히 있다.



▶사회=재테크 혼돈기다. 2012년 재테크 전략은 뭔가.

▶우 부센터장=한 발짝 나갔다가도 두 발짝 물러나야 하는 시장이다. 족집게 투자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렵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오를 때 사고 내리면 팔라’는 조언이 있는데 명언이라 생각한다. 올 연말 주식시장은 조금 상승할 수는 있지만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는 황소장(bull market)은 어렵다. 내년 2분기까지는 굉장히 조심하며 투자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생각보다 강한 시장이 올 수 있다. 전 세계에 퍼진 유동성의 힘이 폭발할 수 있다. 중국도 몇 년간 쉬고 있는데 긴축을 완화할 때가 올 것이다.

▶권 팀장=당장 현금을 가진 분들은 쉬는 것도 투자다. 워낙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장기 투자를 원하는 분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이미 펀드에 들어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 연말 랠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손절매해 손해폭을 줄이는 게 나을 수 있다. 랠리가 올 수 있으려나 싶다. 오히려 촉각을 세우고 기회를 노리며 현금을 제법 확보해야 한다. 또 무조건 오르는 데만 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대 방향, 풋옵션 등에도 방어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

▶조 팀장=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더 올라가면 그것도 좋은 타이밍이고, 주가가 내려가면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8월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도 1600대 중반에서 박스권을 두어번 왔다갔다 했다. 완전히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분할 대응하면서 이런 오르내림을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비중을 수시로 조절하는 상품을 권한다.

▶곽 팀장=예전과 달리 부동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물다. 비 부동산에서 나온 돈이 부동산으로 가는 트렌드가 많이 꺾여 있다.

▶조 팀장=주택시장이 투명해져 프리미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곽 팀장=그래도 기회가 있다. 내년에도 부동산은 안 좋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경기가 선순환한다면 원가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원가보다도 싸다 싶은 매물은 사들일 만하다. 예컨대 LH에서 개발제한구역을 수용해 3.3㎡당 1000만원 못 미치게 분양하면 싼 것이다. 신분당선 개통 등 그런 호재가 부동산 시장을 세분화할 것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강남부자들 돈버는 습관 5가지

부자들의 습관은 무엇일까. 서점의 재테크 서적 코너에는 이 주제를 다룬 책이 적지 않다. 하지만 프라이빗뱅커(PB)들이 전하는 내용이 좀 더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 이들은 매일 수십억원, 수백억원대 부자들을 만나는 게 직업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의 PB 5명이 말하는 부자 습관 5가지.

▲과감하다=“부자들은 결단력이 있다. 평소에 보수적인 투자자였다가도 주가가 많이 내렸다 싶으면 시장에 들어간다. 주가가 1600까지 내려갔을 때는 신용으로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일반인은 주저하고 있을 때 투자하는 면모가 있다. 다만 직접투자는 많이 하지 않는다. 지수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검소하다=“비싼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몇 천원짜리 순대국, 된장찌개가 보통이다. 알부자일수록 더 그렇다. 억대의 돈을 사업에 투자하면서도 본인의 씀씀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에는 어색함을 느낀다. ‘그 자산은 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런 편이다.”

▲잘 나눈다=“자기 자신에겐 돈을 많이 쓰지 않지만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기꺼이 쾌척한다. 사회 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요즘 들어서는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부자들이 특히 많아졌다. 젊은 벤처사업가들은 더 그렇다.”

▲호기심이 많다=“습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새로운 개발 계획이라든가, 최근 투자 동향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돈 벌 만한 기회에 적극적인 호기심을 보인다. 스스로 발품을 많이 판다.”

▲균형감각이 있다=“부자들은 PB를 찾아올 때 이미 자기 정보가 많은 상태다. 남의 말만 듣고 결정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가 혹시 왜곡되지 않았는지 PB에게 검증받는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