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0배 크기 호수 속…날 것 그대로인 '순수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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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모코이아섬
야생동물 뛰노는 생태구역…하루 최대 250명만 방문 허용
마오리족 '환영식' 재미 톡톡, 100% 유황온천서 피로 싹~
야생동물 뛰노는 생태구역…하루 최대 250명만 방문 허용
마오리족 '환영식' 재미 톡톡, 100% 유황온천서 피로 싹~
‘포카레카레아나 낭아 와 이오 와 이아푸….’
가사의 뜻은 알 수 없지만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시작하는 우리에게 ‘연가(戀歌)’로 잘 알려진 노래다. 이 노래는 원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부르던 ‘포카레카레아나’라는 민요다. 뉴질랜드 북섬의 로토루아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모코이아 섬이 이 노래의 고향이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지만 로토루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칼데라(화산)섬으로 생겨나 호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뉴질랜드 유일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모코이아 섬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모코이아, 순수 대자연을 품은 섬
오클랜드에서 차로 3시간여를 달려 로토루아에 도착하니 유황 냄새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훅 온몸을 감싼다. ‘유황의 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이 떠오를 만큼 강력하다. 간헐천과 온천이 솟구치는 로토루아는 북섬 최고의 휴양지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자 로토루아를 세계적 온천 휴양도시로 만든 ‘폴리네시안’은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인기가 많다.
로토루아 시내에서 3㎞ 떨어진 농고타하 산(900m) 자락에 있는 스카이라인 곤돌라를 타고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로토루아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모코이아 섬을 둘러싸고 있는 로토루아 호수의 푸르름이 눈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 호수 선착장에서 쾌속정 ‘와이 오라’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면 한가운데 있는 무인도, 모코이아 섬(263㏊)에 도착한다. 호수의 면적은 약 80㎢, 여의도의 10배 크기로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에서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해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고 하루 최대 250명만 방문을 허용한다. 포호투카와 나무로 드리워진 이곳은 멸종 위기에 처한 뉴질랜드 동물들의 안식처다. 자연 그대로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답게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아 순수하다.
모코이아 섬에 들어가니 원주민이 마오리족 환영 의식으로 맞이한다. 신성하고 경건하다. 부족장이 직접 전통무술을 선보이며 방문객을 맞이하고 다가와 코를 두 번 맞대면서 존경을 표한다. 가장 예의를 갖추는 인사인 ‘홍이’다. 춤과 노래로서 환영한 뒤 여자들은 마오리족 전통 춤인 포이를, 남자들은 타이히아 무술을 직접 원주민에게 배울 수 있다. 전장에서 상대방을 위압하기 위해 극대화한 얼굴 표정과 전사적인 몸짓, 구호가 힘차다.
◆9580㎞ 떨어진 곳에 나의 나무를
낭만의 섬이라 불리는 모코이아에는 마오리족의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 부족장의 딸이자 푸히(거룩한 여성)였던 히네모아와 다른 부족장의 셋째아들 투타네카이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신분 차이가 커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투타네카이는 날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피리를 불었고 이를 들은 히네모아는 25㎞ 떨어져 있는 모코이아 섬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이런 정성에 감동해 둘의 간절한 사랑은 결국 허락을 받았다. 뉴질랜드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이들은 마오리족의 어머니이자 정신적 지주다. 배를 타고 달려도 20여분이 걸리는 섬까지 홀로 헤엄쳐 건넜을 히네모아의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히네모아가 지친 몸을 담가 회복했다는 100% 유황온천 ‘와이키미히아-히네모아’에서 족욕 체험이 이어졌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자 온몸의 피로가 눈 녹듯이 풀린다. 피부에 닿는 깨끗하고도 미끈미끈한 물과 새 ‘키위’의 상쾌한 지저귐, 마오리족 남녀 한 쌍이 불러주는 ‘포카레카레아나’가 평온함을 더한다.
족욕 체험과 함께 90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뉴질랜드 토종인 코와이 나무 심기 이벤트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묘목 한 뿌리를 들고 땅을 판 뒤 거름과 함께 묻는다. 꼼꼼하게 잘 다독인 뒤 이름과 소원을 적은 푯말을 꽂아준다. 소원을 이뤄줄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즐거워진다.
뉴질랜드 정부는 점점 숲이 사라지고 곤충과 토착 조류의 수가 줄어들자 1980년대 키위를 비롯한 보호조류 종을 섬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 섬 생태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나무 심기는 섬 복원은 물론 녹색 지구를 만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코와이 나무는 멸종 위기 야생 동물이 머물 수 있는 서식지를 넓혀준다.
먼 이국땅에 내 이름을 단 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사실에 분신이 하나 생긴 듯 제법 든든해진다.
◆ 여행 팁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다. 남반구에 위치해 12~2월이 여름, 6~8월이 겨울이다. 대한항공이 오클랜드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정도이며, 시차는 4시간. 1뉴질랜드달러(NZD)가 약 880원이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아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는 450만명 정도이며 그 중 약 300만명이 북섬에 거주한다. 로토루아는 마오리족 언어로 두‘ 번째’란 뜻. 모코이아 섬으로 가는 배는 하루 두 번 있다. 지열로 만든 마오리족의 식사 ‘항이디너’ 및 춤과 공연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테푸이아(TE-PO)’로 가자. 열기를 내뿜으며 위로 솟구치는 간헐천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문의 롯데관광 (02)2075-3005
모코이아=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가사의 뜻은 알 수 없지만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시작하는 우리에게 ‘연가(戀歌)’로 잘 알려진 노래다. 이 노래는 원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부르던 ‘포카레카레아나’라는 민요다. 뉴질랜드 북섬의 로토루아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모코이아 섬이 이 노래의 고향이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이지만 로토루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칼데라(화산)섬으로 생겨나 호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뉴질랜드 유일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모코이아 섬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사해준다.
◆모코이아, 순수 대자연을 품은 섬
오클랜드에서 차로 3시간여를 달려 로토루아에 도착하니 유황 냄새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훅 온몸을 감싼다. ‘유황의 도시’라는 또 다른 이름이 떠오를 만큼 강력하다. 간헐천과 온천이 솟구치는 로토루아는 북섬 최고의 휴양지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자 로토루아를 세계적 온천 휴양도시로 만든 ‘폴리네시안’은 류머티즘 근육통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인기가 많다.
로토루아 시내에서 3㎞ 떨어진 농고타하 산(900m) 자락에 있는 스카이라인 곤돌라를 타고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로토루아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모코이아 섬을 둘러싸고 있는 로토루아 호수의 푸르름이 눈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로토루아 호수 선착장에서 쾌속정 ‘와이 오라’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면 한가운데 있는 무인도, 모코이아 섬(263㏊)에 도착한다. 호수의 면적은 약 80㎢, 여의도의 10배 크기로 수평선이 보일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에서 생태보존구역으로 지정해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고 하루 최대 250명만 방문을 허용한다. 포호투카와 나무로 드리워진 이곳은 멸종 위기에 처한 뉴질랜드 동물들의 안식처다. 자연 그대로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답게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아 순수하다.
모코이아 섬에 들어가니 원주민이 마오리족 환영 의식으로 맞이한다. 신성하고 경건하다. 부족장이 직접 전통무술을 선보이며 방문객을 맞이하고 다가와 코를 두 번 맞대면서 존경을 표한다. 가장 예의를 갖추는 인사인 ‘홍이’다. 춤과 노래로서 환영한 뒤 여자들은 마오리족 전통 춤인 포이를, 남자들은 타이히아 무술을 직접 원주민에게 배울 수 있다. 전장에서 상대방을 위압하기 위해 극대화한 얼굴 표정과 전사적인 몸짓, 구호가 힘차다.
◆9580㎞ 떨어진 곳에 나의 나무를
낭만의 섬이라 불리는 모코이아에는 마오리족의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 부족장의 딸이자 푸히(거룩한 여성)였던 히네모아와 다른 부족장의 셋째아들 투타네카이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신분 차이가 커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투타네카이는 날마다 그녀를 그리워하며 피리를 불었고 이를 들은 히네모아는 25㎞ 떨어져 있는 모코이아 섬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이런 정성에 감동해 둘의 간절한 사랑은 결국 허락을 받았다. 뉴질랜드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이들은 마오리족의 어머니이자 정신적 지주다. 배를 타고 달려도 20여분이 걸리는 섬까지 홀로 헤엄쳐 건넜을 히네모아의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히네모아가 지친 몸을 담가 회복했다는 100% 유황온천 ‘와이키미히아-히네모아’에서 족욕 체험이 이어졌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자 온몸의 피로가 눈 녹듯이 풀린다. 피부에 닿는 깨끗하고도 미끈미끈한 물과 새 ‘키위’의 상쾌한 지저귐, 마오리족 남녀 한 쌍이 불러주는 ‘포카레카레아나’가 평온함을 더한다.
족욕 체험과 함께 90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뉴질랜드 토종인 코와이 나무 심기 이벤트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묘목 한 뿌리를 들고 땅을 판 뒤 거름과 함께 묻는다. 꼼꼼하게 잘 다독인 뒤 이름과 소원을 적은 푯말을 꽂아준다. 소원을 이뤄줄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즐거워진다.
뉴질랜드 정부는 점점 숲이 사라지고 곤충과 토착 조류의 수가 줄어들자 1980년대 키위를 비롯한 보호조류 종을 섬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 섬 생태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나무 심기는 섬 복원은 물론 녹색 지구를 만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코와이 나무는 멸종 위기 야생 동물이 머물 수 있는 서식지를 넓혀준다.
먼 이국땅에 내 이름을 단 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사실에 분신이 하나 생긴 듯 제법 든든해진다.
◆ 여행 팁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다. 남반구에 위치해 12~2월이 여름, 6~8월이 겨울이다. 대한항공이 오클랜드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정도이며, 시차는 4시간. 1뉴질랜드달러(NZD)가 약 880원이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하지 않아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는 450만명 정도이며 그 중 약 300만명이 북섬에 거주한다. 로토루아는 마오리족 언어로 두‘ 번째’란 뜻. 모코이아 섬으로 가는 배는 하루 두 번 있다. 지열로 만든 마오리족의 식사 ‘항이디너’ 및 춤과 공연을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테푸이아(TE-PO)’로 가자. 열기를 내뿜으며 위로 솟구치는 간헐천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문의 롯데관광 (02)2075-3005
모코이아=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