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보다 1대 모자라게'…페라리의 '열망 마케팅'
'수요보다 1대 모자라게'…페라리의 '열망 마케팅'
“수요보다 1대 모자라게 팔아라.”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엔리코 갈리에라 세일즈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최근 방한했을 때 페라리의 경영철학에 대해 한 말이다. 페라리가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차별되는 것은 공격적인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차를 수요보다 적게 판매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여기에 소비자를 ‘열망하게(desire)’ 만드는 페라리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갈리에라 부사장은 자동차를 합리적인 가격의 대중적인 ‘베이직 카’와 고급차 영역에 속하는 ‘익스클루시브 카’,그리고 하이엔드급인 ‘디자이어 카’로 나뉜다고 정의했다. 베이직카는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접할 수 있고 익스클루시브 카도 가격대가 다소 비싸긴 하지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길에서 페라리를 보면 한참 동안 쳐다보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동료의 팔을 툭툭 치며 ‘저기 페라리가 있어’라고 말한다. 이것이 디자이어 카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차별성, 배타성, 고급성으로 소 수에게 적합하도록 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겠다는 페라리의 전략이다.

가격대를 보면 대표적인 모델인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는 4억8000만원, 458 이탈리아는 3억7300만원, 가장 저렴한 캘리포니아도 3억4300만원이다. 최근 출시한 4륜 구동 스포츠카인 FF도 4억50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경쟁자인 포르쉐가 7000만원대 엔트리 카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높은 가격대를 고집하고 있다. 가격 문턱을 낮춰 판매량을 키우는 것은 기존 페라리 고객들의 만족감을 훼손하는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카, 리딩브랜드로 남고자 하는 페라리의 욕심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페라리는 또 ‘생산하는 모든 차는 고객을 위한 차’라는 모토도 갖고 있다. 페라리의 직원들은 매일 페라리를 운전하고 만들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페라리로 인한 만족감을 오직 고객들만이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독특한 정책이다.

‘성공한 마케팅이란 고객들이 열망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페라리는 이점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수작업 생산을 고집하는 페라리는 고객들이 주문 후 보통 1년 후에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 페라리 고객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완벽한 품질의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페라리 외에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도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인도될 때까지 6개월가량 걸린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제작과정을 영상 혹은 책자로 만들어 차량 인도 시 고객에게 준다. 자신만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기다림조차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쓰는 것이다.

철저하게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것도 페라리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카이엔’으로 회사를 일으켜세운 경쟁자 포르쉐와 달리 페라리는 “SUV 개발 계획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유는 “페라리에는 SUV DNA가 없다”는 것.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순간 페라리는 영혼을 잃을 것”이라는 갈리에라 부사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