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ㆍ판교 아파트값 제자리…상가만 상승
“거래가 끊기면서 집값도 변동이 없네요. 집 보러 오는 고객도 없고요.”(경기 분당신도시 정자동 뜨란채공인 조영애 사장)

신분당선 1차 개통(강남역~정자역) 1개월을 맞은 28일 분당 정자·판교동 인근의 부동산 시장은 잠잠했다. 시장 침체에 따른 매수 기반 취약으로 거래 문의는 뚝 끊겼다. 가을철 전세 수요도 해소되면서 전세시장도 보합권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주요 호재인 지하철 개통이 수도권 전반에 펼쳐 있는 냉각기류에 갇혔다”며 “시장을 선도하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 등이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분당 아파트·오피스텔 ‘정중동’

신분당선 개통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혀온 분당 정자·판교동 일대 아파트 매매·전세시장은 찾는 발걸음이 끊겨 변화가 없다. 신분당선 정자역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상록우성 전용 69㎡는 매매가 5억4000만원, 전세가 2억8000만원으로 개통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한솔주공5단지 전용 41㎡도 매매가 2억7000만원에 전세가 1억4000만원으로 보합세다. 조 사장은 “전세 수요가 줄어든 지난달 말부터 손님이 끊겼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시장 상황이 더 나쁘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신분당선이 개통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4주간 분당지역 아파트 매매값은 0.04% 내렸고, 전셋값은 변동이 없었다. 역세권인 정자·판교·백현동 일대도 부진했다.

서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오피스텔도 매물이 쌓였다. 정자동 백궁동양파라곤 전용 25㎡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 안팎으로 지난달과 같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정자동과 강남, 양재역 오피스텔 월세 차이가 10만원 수준에 불과한 데다 하루 3600원인 신분당선 지하철 요금까지 감안하면 정자동에 메리트가 없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자ㆍ판교 아파트값 제자리…상가만 상승
◆상가 권리금 오름세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매출도 증가하는 상가의 경우 신분당선 개통 이후 매매가와 권리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정자역 인근 점포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한 권리매매가는 3.3㎡당 평균 393만원으로 지난달보다 41만원 올랐다. 강남역과 양재역 근처 점포도 3.3㎡당 평균 권리매매가가 각각 361만원, 342만원으로 전달보다 72만원, 42만원 올랐다. 정대홍 점포라인 조사팀장은 “상가시장의 양대 지표인 보증금과 권리금이 오르면서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여건 개선으로 관심을 모았던 양재동 양재시민의숲(매헌)역과 판교역 등 신규 상권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양재동 진진공인중개 이재만 이사는 “개통 이전에는 보증금과 월세가 상승 추세였지만 개통 이후에는 문을 연 상가가 1~2개에 불과하고, 오름세도 멈췄다”고 전했다. 대로변 99~132㎡(30~40평) 상가는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분당선 역사 인근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한 침체기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개발 호재 발표와 착공, 완공 때 가격이 오른다는 ‘3승 법칙’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근무자들이 많은 판교 테크노밸리의 입주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부터 신분당선 인근 부동산 시장이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