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은 떠오르는 별…中보다 더 밝게 빛날 것"
월마트는 2000년대 초부터 인도시장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2006년에야 인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매영업은 불가능했다. 인도 정부가 개방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독이 아닌 현지 업체와의 합작만 가능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선 끝에 최근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 24일 인도 정부가 월마트 등 외국 슈퍼가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이처럼 월마트가 인도 진출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은 단순히 인구가 12억명에 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는 앞으로 중국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날 별”(타임)이란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젊은 소비자, 탄탄한 내수시장 등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인도의 탄탄한 내수시장

인도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절반도 안 된다. 2010년 인도의 구매력평가기준(PPP) 국내총생산(GDP)은 4조1000억달러, 중국은 10조1000억달러였다. 하지만 타임은 앞으로 중국과 인도의 격차가 급속히 좁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가 중국보다 더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인도의 내수시장 규모는 5110억달러. 중국보다 인구가 2억명가량 적지만 내수시장은 두 배나 크다. 중국과 다른 점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수출을 발판으로 이뤄져 해외시장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 중국의 성장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반면 무역의존도가 37.0%로 중국(50.6%)에 비해 낮은 인도는 해외 경기침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모니터인터내셔널은 인도 소매시장 규모가 2015년엔 9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시장은 꾸준한 가계 소득 증가 덕분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는 2004년부터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인도의 국민소득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400달러에서 500달러가 되는 데는 약 7년(1996~2003년)이나 걸렸지만 500달러에서 1000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5년밖에 필요치 않았다.

또한 인도인들은 소비성향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인도의 편균연령은 26.2세로 젊은층들이 기성세대보다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

◆인도 내부 반발 속 유통시장 개방

인도의 이런 내수시장을 보고 글로벌 기업들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유통업체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영국 테스코 등은 수년 전부터 인도 정부에 투자 제한을 풀어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해 왔다.

지난해 인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유통시장 개방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 소매시장은 현재 4500억달러 규모지만 2013년 8330억달러, 2018년 1조3000억달러로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영세 소매업체 보호를 위해 외국계 회사의 진출을 규제해왔다. 그러나 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 대형 슈퍼마켓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최대 51%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인도 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인도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다. 야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유통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3년 안에 영세상인 등 국내 소매업체가 모두 망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있다. 인도 남동부의 타밀나두주는 주정부로는 처음으로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