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美 소비시즌…코스피, 기관 'IT株 쇼핑'에  화색
코스피지수가 추수감사절 연휴 소매판매 증가 등 미국발 호재에 힘입어 1800선을 회복했다. 유럽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의 민간 소비가 기대 이상의 호조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 1750~1800선이 쉽게 깨지지 않는 지지선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미국발 호재에 한숨을 돌린 사이 유럽 문제가 얼마나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IT주 급등

코스피지수는 28일 38.88포인트(2.19%) 오른 1815.28에 마감해 지난 22일 이후 처음으로 1800대 종가를 기록했다.

전기·전자 업종이 3.87%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3만1000원(3.27%) 상승한 97만8000원에 장을 마쳤고 LG전자는 6만9300원으로 8.62%(5500원) 올랐다. 하이닉스(7.13%) LG디스플레이(6.30%) 삼성SDI(3.67%) 등도 급등세로 마감했다.

전기·가스업은 에너지 요금 인상 기대감에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가 각각 4.64%와 3.44% 오르면서 3.98% 상승했고 건설(3.62%) 운수창고(3.00%) 철강·금속(2.99%) 업종도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은 1935억원어치를 순매도해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기관이 377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486.36으로 6.81포인트(1.42%) 상승했다.

◆미국 소비시즌 효과

‘추수감사절(24일)-블랙 프라이데이(25일)-사이버 먼데이(28일)’로 이어진 미국의 소비시즌이 코스피지수 상승의 계기가 됐다. 24일과 25일 미국의 소매판매는 52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판매 증가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고용지표도 회복세다.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미국의 11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12만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의 8만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이탈리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6000억유로의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구제금융을 받으면 만기가 임박한 채무를 상환하고 재정개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인식됐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이사는 “유럽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는 1750 이하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발목’ 붙잡을 유럽 악재는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악재로 잠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28일 미국·유럽 정상회의와 29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유럽 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시간이다. IMF의 구제금융이 됐든 유럽중앙은행(ECB)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이 됐든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 행동이 확인돼야 ‘연말랠리’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는 물론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변수 등을 감안할 때 연내 가시적인 결과물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극단의 공포를 이긴 증시는 강한 상승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다”며 “유럽문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글로벌 증시에 심리적 악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유로존에서 재정과 은행 부문의 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되고 있어 모든 유럽 국가의 신용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손성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