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9일 만에 순매수…수급 숨통?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란 현물과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 추이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되는 거래를 말한다. 프로그램 매수 여력이 3조원에 달하는 만큼 프로그램 수급의 물꼬가 트이면 지수 반등의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28일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1404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 25일까지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다 이날 매수 우위로 전환한 것이다. 그동안 지수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에 집중하면서 베이시스를 끌어내렸고,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차익 순매도가 계속됐다. 전날까지 8거래일간 차익 순매도 규모는 1조5844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현물시장의 외국인 수급도 좋지 않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악재가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선물시장에서는 이날 나흘 만에 2461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며 프로그램 수급 훈풍을 일으켰다. 베이시스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으로 현물을 사는 비차익거래 역시 사흘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2117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주식 거래가 줄고 수급 세력도 약해졌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평가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누적된 순매도 규모를 감안하면 향후 3조원가량 차익 매수 여력이 있다”며 “연말 배당을 노린 비차익 매수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차익 수급까지 좋아지면 예년처럼 연말 랠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프로그램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차익 순매수가 계속 유입되려면 외국인이 선물을 지속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유럽 재정위기에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다음달 옵션만기일 직전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차익 순매수도 매도 여력이 바닥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 연구원은 “최근 비차익시장의 매수세 역시 외국인이 아닌 국가, 국내 증권사가 주도했다”며 “프로그램 수급이 증시의 지원군 역할을 하려면 외국인의 투자심리부터 살아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