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2005년 글로벌 펀드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금 손실분의 70%를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그동안 인정해온 펀드 판매사나 운용사의 손해배상 비율이 최고 40%였다는 점에서 이번 배상비율이 주목받고 있다.

○법원 “원금 70% 돌려주라”

"우리銀, '깡통펀드' 원금 70% 배상"
서울고등법원은 우리은행이 2005년 말 판매했던 파워인컴펀드의 투자자 87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도록 최근 판결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총 20억3400여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은행 직원의 부당한 권유와는 별도로 펀드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법원은 상품을 설계한 스위스계 CS자산운용이 일반인에게 공모 방식으로 팔기에 부적합한 파생상품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했다고 봤다. 이를 우리은행이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안전한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소개했다는 것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김주영 변호사는 “펀드 투자 대상인 장외 파생상품 설계 단계에서 기초자산을 선정하면서 사기적 요소가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단순한 판매 과정을 넘어 펀드의 구조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원금 100% 손실 펀드

파워인컴펀드는 6년 만기 투자상품이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그룹 계열사가 모두 취급했다. 2005년 11월에 1호, 같은 해 12월 2호를 내놨다.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판매에 드라이브를 건 결과 2277명의 투자자가 1506억원어치 가입했다. 1호 만기는 지난 22일 도래했고, 2호 만기는 내년 1월6일 돌아온다. 수익률이 현재 -100%다.

원금 전액 손실은 복잡한 상품구조 탓이다. 글로벌 주식 56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 펀드 2개의 성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한 번이라도 65% 이상 하락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3개월마다 연 6.7%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지급, 은행 금리를 주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우리은행 “법원 판결 오락가락”

우리은행은 판결문이 도착하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서울고법 판결이 종전 다른 소송건에 대한 결정과 달라 당혹해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8월 은행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자들이 정보 파악을 게을리한 점을 감안해 배상비율을 30~40%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원금의 30~40%를 돌려받은 나머지 투자자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집단 민원을 또다시 제기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