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건축 논란, 박 시장이 답하라
서울 강남의 개포아파트단지 재건축이 불허된 데다 박원순 시장의 속도조절론까지 나와 재건축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부시장은 이번 불허조치가 속도조절론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그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 임대주택이나 녹지 등을 많이 조성해 공공성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동산시장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박 시장이 직접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재건축시장의 흐름을 보면 재건축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하면 공급량이 줄어 어느 시점에 가서는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1980년대에 아파트 평당가격을 6~7년간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통제 유지하다가, 1988년 올림픽 때 광적으로 폭등했었다. 결국 가격이 오르더라도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강남에는 고층아파트만 있어서 가격이 오르더라도 공급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강남에도 5층짜리 저층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많이 남아 있어서 가격만 좋으면 물량이 늘어날 여지가 적지 않다. 예컨대 강남 청담동에 고층아파트만 있다고 하자. 아파트가격이 상승하면 청담동과 교통 연결이 좋은 인근 성수동에 재개발 아파트물량이 늘어나 청담동의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는 재건축 아파트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자, 용적률을 하향조정하고 재건축 때 임대주택을 강제로 할당했다. 또 재개발이익 환수제, 아파트가격 상한제 등을 시행했다. 재건축이 장기간 중단되고 주택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1년 전부터 전·월세가 큰 폭으로 상승해 ‘전세대란’을 겪게 됐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특히 용적률이 적은 것과 단지 내 임대주택을 강제하는 것이 재건축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용적률을 인위적으로 적게 주고 이를 늘려 주면서 늘어난 부분의 50~75%를 임대주택으로 짓게 하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시장의 전·월세 주택도 임대주택에 해당한다. 크게 봐서 수요자들은 부동산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돈을 빌려서라도 부동산을 사고, 반대로 침체돼 오를 가능성이 없으면 전·월세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전·월세 주택이 정부보조 임대주택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재건축으로 주택의 공급량이 늘어나고, 현재처럼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전망이 없다면 전·월세 주택 공급량이 많아질 것이다. 억지로 민간아파트단지를 쥐어짜서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임대아파트를 만드는 것으로는 결코 전·월세 임대주택이 늘어날 수 없다. 오히려 재건축을 활발하게 해서 공급물량이 늘어나 그 중에서 전·월세로 나오게 하는 것이 재건축 주민의 이익뿐만 아니라 임대 물량이나 비용면에서 좋은 정책임은 자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용적률을 더 준 부분 중 임대주택 하한선을 50%에서 30%로 낮춘다든가 하는 미온적인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해서 별 반응이 없다.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주기 위해서라도 부분적인 규제완화보다는 완전한 철폐가 좋다. 부동산경기가 장기간 침체한 상황에서 지금이 적기이다.

이춘섭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