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됐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그는 현장에서 이를 공식 수락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1만1000명의 당원들이 참석했다.

푸틴 총리는 지난 9월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원들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투표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여러 시대에 걸쳐 투기꾼들이 정권을 잡았었다” 며 “어떤 이들은 나라를 완전히 붕괴시켰고(소련 붕괴), 다른 사람들은 1990년대처럼 권력을 잡은 뒤 산업과 농업, 시회복지를 죽여버렸다”고 지적했다.

푸틴 총리는 또 “양심있고 객관적이며 신중한 국민이면 누구나 12월4일 총선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을 지지할 것”이라며 여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비밀 투표로 진행된 대선 후보 찬반 투표에서 614명의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나 기권표는 나오지 않았다.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은 헌법상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다가 다시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금으로선 푸틴에 대적할 만한 정치적 경쟁자가 없어 그의 대선 승리는 사실상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그가 6년 임기를 연임해 2024년까지 장기 집권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푸틴 총리는 이와 함께 이날 서방 국가들에 러시아 총선과 대선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국가 대표들이 선거운동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러시아 비정부기구(NGO)에 돈을 주고 사람을 모아 그들에게 ‘적절한 일’을 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면서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고 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