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 컴백했다. 9거래일 만에 돌아와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미국 연말 소비 호조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해법 마련에 대한 기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이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추가적인 외인 매수세 유입 기대는 섣부르다고 진단했다.

29일 오전 11시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94포인트(1.54%) 뛴 1843.22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반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9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선물시장에서도 1만1234계약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강봉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오랫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1만계약대 대거 '사자'에 나섰다"며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풀이했다.

외국인은 지난 8거래일간 '팔자' 기조를 이어가 이 기간 2조589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선 3조4686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9070억원, 1조625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낮아진 코스피지수로 인해 연말 배당수익률이 상향 조정된 측면이 있어 차익매수에 유리한 여건"이라며 "12월 쿼드러플위칭데이에 추가적으로 차익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사태 진정을 위한 해법마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매도 기조가 다소 진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적인 유입 기대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2009년 3월 이후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간 기준 4주, 5주 연속 장기 매도한 사례는 각각 2번씩 밖에 없었다는 점에 비춰 매도 기조가 다소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추세적인 외국인 컴백을 낙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펀드 자금 흐름상 신흥국 증시와 하이일드채권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이재훈 팀장은 "미국 소비 개선 등에 베팅한 단기 매수 자금 유입은 가능하지만 신흥시장 관련 글로벌 자금 흐름이 최근 2주간 소강상태란 점에 비춰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들어올리는 주도력은 예전만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자금은 지난주 7억1000만달러 순유출(지난 23일 집계 기준), 2주 연속 순유출 기조를 이어갔다.

강봉주 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등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재부각되며 이달 초 12주 만에 순매수로 전환됐던 외국인들의 주식 자금 모멘텀이 다시 악화됐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