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경영권 약속"…유진 "고용보장일 뿐"
하이마트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2대 주주(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막판 폭로전에 나섰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가 2007년 유진그룹의 회사 인수 당시 영문계약서 상의 ‘고용보장’을 내세워 경영권을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경영권을 찾으려는 최대주주인 유진그룹 측은 “계약서에는 경영권 보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하이마트 비대위는 29일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리아CE홀딩스와 유진그룹이 체결한 주식인수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코리아CE홀딩스는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설립한 회사로, 하이마트 지분을 100% 소유했던 곳이다. 계약서(11조1항)에는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7년 동안 모든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비대위 측은 “계약서에 ‘7년 고용보장’을 명시하면서 경영권 보장까지 구두로 약속을 받았다”며 “필요하면 AEP 대표의 증언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선 회장의 사퇴를 뜻하는 대표이사 개임(改任)안이 통과될 경우 전국 304명의 지점장 등 임직원 350여명의 사직서를 회사에 내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계약서 상에는 경영권 보장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고 반박했다. 유진그룹은 이날 ‘공식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선 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계약서에서 명시된 ‘고용인(employee)’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며 “계약서를 가지고 경영권 보장을 운운하는 것은 고용인이 경영권을 주장하는 모순된 일”이라고 밝혔다. 유진 측은 “당시 경영권 보장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쪽은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이마트 비대위 측은 “인수 당시 기자간담회 발표와 언론보도를 보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한 게 명백하다”며 “거짓말로 일관하며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 한 유진과 유 회장에게 민·형사상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유진그룹도 “선 회장 측이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법적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 본사에서 30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하이마트 임시주총에는 ‘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상정된다. 같은 날 저녁 6시 서울 공덕동 유진그룹 본사에서 개최되는 이사회에선 선 회장의 퇴출을 결정하는 ‘대표이사 개임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이날 하이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6.24% 떨어진 7만2100원, 유진기업 주가는 6.36% 오른 3010원에 마감됐다.

조미현/박영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