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전액기부 '아름다운 양보'…고려大 손희정 씨 "후회한적 없다"
“다음 학기부턴 저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충당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장학금이 저보다 더 어려운 친구에게 소중히 쓰였으면 좋겠어요.”

지난 28일 오후 고려대 본관 앞 잔디밭에서 만난 손희정 씨(보건행정학과·23·사진)는 “이번 학기에 받은 장학금 398만원을 학교에 기부하면서 단 한 번의 후회도 한 적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7월 손씨는 매월 등록금 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 휴학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의 친구들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웠지만 도울 방법은 없었다. 자신만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이런 친구들에게 못내 미안했다. 그런던 중 교내에 자신이 받을 장학금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명예장학금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신나간 것 아니냐’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씨는 이번 학기에 받은 장학금 400만원 전액을 선뜻 기부키로 결정했다.

올초 생긴 고려대 명예장학금 제도는 장학금 수혜자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양보할 수 있는 제도다. 올 2학기 장학금 대상자 가운데 손씨를 포함해 28명이 이렇게 ‘명예장학생’을 신청, 총 6550만원을 기부했다.

손씨는 이번 학기에 이어 다음 학기에도 400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대구 출신이라 학교 기숙사비도 내야 하고 생활비도 본인이 해결한다. 그러나 그는 “다음 학기에 장학금을 타더라도 똑같이 기부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집안이 넉넉해서 장학금을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그는 “아버지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며 “당장 다음 학기부터 어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메울지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