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방식 바꾸니…물가 '4% 억제' 달성
통계청은 국가통계위원회가 개편한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새로 적용한 결과 올 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기존 물가 산출 방식(2005년 제정)을 적용한 4.4%보다 0.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품목을 빼거나 비중을 축소하고 최근 소비가 늘어난 품목의 비중을 높이는 정기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결과 나타난 수치가 현행 방식보다 낮아 ‘물가 낮추기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수 개편으로 물가 하락

새로운 물가지수를 적용해 보니 공업제품과 공공서비스 물가상승률이 종전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0.4%포인트,집세는 0.1%포인트 상승했다.

물가를 낮춘 일등공신은 금반지다. 올해 가격이 급등한 금반지가 제외된 것만으로도 전체 물가상승률이 0.25%포인트 떨어졌다. 금반지 대신 14K 미만 금으로 만든 장신구가 조사 대상에 새로 들어갔다.

우기종 통계청장은 “한국은행은 2008년부터 국제 기준에 따라 14K 이상 금을 소비 대상이 아니라 자산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며 “1,2개 품목으로 물가지수가 왜곡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로 금을 많이 사용하는 등 소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14K 이상 금반지가 자산이라는 국제 기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떡볶이 애완동물미용료 등 추가

산정방식 바꾸니…물가 '4% 억제' 달성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춰 품목을 교체하거나 비중을 조절한 효과로 물가상승률은 추가로 0.1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가 늘어난 43개 품목이 새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맞벌이와 1인 가구 증가로 대중화된 밑반찬과 삼각김밥 디지털도어록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건강과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소비가 늘어난 등산복, 예방접종비,문화강습료,애완동물 미용료도 추가됐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일반화된 스마트폰 이용료·인터넷전화료와 쉽게 조사가 가능해진 떡볶이와 전복 게 등도 추가됐다.

이한식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올라가면 소비 대상이 비싼 물건 대신 싼 물건으로 옮겨가는 대체효과가 발생하는데 지표는 이를 반영하지 못해 왜곡이 생긴다”며 “물가지수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낮추려는 흔적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규격이 달라져 생기는 영향도 이번에 반영했다. 예컨대 국산 고춧가루와 수입 고춧가루 간 대체효과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산술평균이 아니라 기하평균 방식으로 계산했다. 공교롭게도 그 효과는 물가를 0.02%포인트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국제 기준에 따라 물가지수를 개편했다고는 하지만 ‘묘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갑자기 여러 기준을 다 적용해 물가를 0.4%포인트 떨어뜨린 데는 (물가를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