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모처럼 대량매수…연말 증시 '구원투수' 될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9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선물시장에서는 1만계약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매매로도 증시를 떠받쳤다. 대외 악재 속에 몸을 사리던 외국인이 수급에 파란 불을 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환매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투자심리 회복 징조라는 해석도 나와 주목된다. 외국인과 프로그램의 힘으로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모처럼 선전했다.

○외국인 선물매수 7개월래 최대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147억원을 순매수, 지난 16일 이후 처음으로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순매수 규모로는 지난달 28일(4713억원) 이후 한 달 만에 최대일 정도로 수급 반전이 두드러졌다. 개인이 95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기관이 나흘째 매수에 가세하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2.27% 급등한 1856.52로 마감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선물시장 외국인이었다. 장중 1만3000계약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기록하더니 지난 4월20일 이후 최대인 1만718계약 매수 우위로 마감했다. 이는 베이시스(현·선물 가격 차)를 끌어올렸고,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차익 순매수가 4282억원어치 발생했다. 비차익으로도 매수 우위를 보이며 이날 프로그램으로만 7855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역시 지난달 28일 이후 한 달 만의 최대 규모다.

○유럽 ‘통큰 행동’ 기대감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물시장과 달리 선물시장은 세금에서 자유로워 외국인의 거래 패턴을 즉각 반영한다”며 “다만 거래 회전도 빠르기 때문에 이 가운데 신규 매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선물 매수 대부분은 그동안 쌓은 순매도의 청산(환매수)분으로 분석됐다. 미결제 계약은 2700계약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이 선물 매도(지수 상승 시 손실) 포지션에서 갑자기 이탈한 이유는 눈여겨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 매도자 일부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손실을 우려해 급히 청산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프로그램을 제외한 외국인의 순수 현물 매수가 이날 9거래일 만에 336억원 들어온 것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독일 프랑스가 유로존 자국 예산과 정부 부채에 대해 외부 간섭 방안을 논의한 것이 ‘통큰 행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며 “최대 열쇠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발권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투자심리 회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수급 개선 대형주 주목

선물 매수가 강화되면 프로그램을 통한 연말 증시 반등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물 수급이 아직 완전히 뒷받침되지 않은 만큼 기술적 반등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럽 상황이 아직 달라진 것은 아니다”며 “글로벌 금융 리스크가 하락 반전해야만 미국 소비경기 회복이라는 새 모멘텀(상승 동력)도 완전히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그램 수급 개선과 미국 소비경기 기대감은 대형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제조업과 전기전자 운송장비 화학 등 대형주를 4183억원 순매수하는 등 ‘싹쓸이’에 나섰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2월 대형주 수익률이 소형주 대비 좋을 확률은 91%에 달했다. 신일평 대우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 호남석유 에쓰오일 CJ 등을 올 연말에 노려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