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수출입은행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크게 한판 붙었다. 자율협약 형태로 기업경영 개선작업 중인 국내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추가대출 문제를 놓고 두 은행이 맞서고 있다.

김 행장은 ‘돈을 더 투입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 행장은 ‘청산 가치가 더 높은 회사에 왜 돈을 넣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1조8322억원을 대준 주채권은행(채권비율 47.40%)이고, 국민은행은 2951억원(7.63%)이 물린 네 번째 채권은행이다.

◆국민은행만 회생작업 반대

수출입銀 "살리자" vs 국민銀 "안돼"
민 행장은 지난 24일 여의도공원 건너편에 있는 수출입은행 본점 건물을 찾아 김 행장과 면담했다. 김 행장이 최근 각종 포럼 등에서 어윤대 KB금융 회장 등을 만나 “성동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에 2015년까지 추가 대출을 해주고 기존 채권을 일부 출자 전환하며 이자를 탕감하는 식으로 회사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채권단 의결에 반발해 ‘반대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을 요청한다’는 내용증명을 다른 채권단 관계자들에게 보냈다. 정상화를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행장은 국민은행이 채권단에서 빠지면 다른 은행들도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어 회장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민 행장은 이날 김 행장을 만나 “성동조선해양은 청산 가치가 더 큰 회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1차로 성동조선해양을 실사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삼정KPMG는 지난 10월 채권단에 2015년까지 1조~1조5000억원을 성동조선해양에 추가로 투입해야 회사가 살아난다는 내용의 실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이 중에는 ‘일부 시나리오의 경우 회사의 존속가치가 의문시된다(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 운명은

수출입銀 "살리자" vs 국민銀 "안돼"
김 행장은 민 행장의 반대에 “다른 회계법인에 재실사를 맡겼으며 결과가 곧 나올 텐데 과거의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면 안 된다”며 설득했다. 채권단은 삼정KPMG의 실사 결과가 조선업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딜로이트안진에 재실사를 맡겼다.

민 행장은 이에 대해 “실사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답했을 뿐 긍정적인 답은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2년 전 진세조선 SLS조선 등과 거래하다 법규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것이 국민은행이 추가대출에 반대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기업의 회생이 영 어려울 경우는 할 수 없겠지만 성동조선해양은 추가 지원과 구조조정, 경비 절감 등이 제대로 시행되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며 “성동조선해양이 어려워진 원인인 환헤지 파생상품을 팔았던 국민은행이 혼자 반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존속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또 2013년부터 조선업황이 좋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2015년까지 성동조선해양에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자금을 9000억원가량으로 분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 정상화작업에 국민은행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상화작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성동조선해양의 운명은 국민은행과 민 행장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