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구멍이 뚫려 신경 기능을 잃고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 전염병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감염돼 숨진 사례가 국내 처음 나왔다. 하지만 이 환자는 조직 이식 등 치료 과정 중 발생하는 ‘의인성(醫因性) CJD(Iatrogenic CJD·이하 iCJD)’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변종 CJD(vCJD)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 의대 김윤중 교수팀은 1987년 독일산 뇌경막 이식 수술을 받고 최근 사망한 54세 여성 환자의 생체 조직검사와 동물실험 결과 iCJD로 사망한 국내 첫 사례로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 7월 감각 장애와 정신 이상, 운동 능력 상실 등의 증세를 보이다 숨진 이 환자는 당시 CJD 감염 사망자의 뇌 조직을 원료로 만든 뇌경막을 이식받은 후 CJD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으로 사망한 사례는 지금까지 20개국에서 400여건이 보고됐지만 국내에서는 비슷한 증세를 보인 환자에게 ‘의사(유사) CJD’ 진단을 내린 적이 있을 뿐 생체검사 결과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문제가 된 독일산 뇌경막을 1987년 이후 제조·판매를 중지한 만큼 그 이전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Creutzfeldt-Jakob disease.뇌 속 프리온 단백질 변형으로 일어나는 전염병이다.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생기면서 신경 기능을 잃게 된다. 보통 2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며 발병 후 6개월~1년 내 사망한다. 발병 원인에 따라 산발성, 유전성, 의인성, 변형 CJD(인간 광우병)로 나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