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신속한 전열 정비를 위한 세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30일 시작하는 계열사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서다.

우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조기 인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될 내년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동시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진용은 크게 흔들지 않아 안정 속에서 위기에 신축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임원인사 앞당겨 실시

LG는 그동안 매년 12월 중순 계열사별로 사장과 임원 인사를 한 뒤 다음해 1월 직원 인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1~2월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올해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내 임직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짓기로 결정했다. 예년보다 1, 2주일가량 빨라졌다.

이를 위해 작년엔 12월 초까지 이어졌던 그룹과 계열사 간 전략회의인 컨센서스미팅(CM)을 지난 17일 LG전자를 마지막으로 끝냈다. 이어 30일 LG전자를 시작으로 12월2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하우시스 등 모든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끝낼 예정이다.

작년 10월부터 주력 계열사 LG전자를 이끌어온 구본준 부회장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다. 올초부터 연말까지 약 1000명 안팎의 해외 주재원을 국내로 복귀시키고 해외 법인 인력을 현지화시키기로 했다.

국내 사업부는 백색가전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HA사업본부(냉장고·세탁기 담당)와 AE사업본부(에어컨 및 에너지 담당)의 일부 부서를 교통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사업부인 PC사업부와 DS사업부, Car사업부 등도 부분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HE사업본부(TV 담당)와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으로 흑자 전환을 꿈꾸는 MC사업본부(휴대폰 담당)는 크게 흔들지 않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핵심 사업부장 2~3명이 자리를 옮기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CEO 1~2명 교체할 듯

구본무 회장은 그동안 대과가 없는 한 계열사 사장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 대신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LG전자 CEO로 투입한 것외에 다른 계열사 사장은 대부분 유임시켰다. 올해에도 ‘안정 속 성과주의 지향’이라는 인사의 큰 원칙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적절한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해 계열사 CEO 가운데 한두 명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인사폭은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임원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LG전자는 임원 수를 10%가량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준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함께 일했던 임원들이 일부 LG전자로 옮긴다. LG전자 관계자는 “인적쇄신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조기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이번 인사의 방향”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올해에도 지난해처럼 발탁 인사를 통해 40대 초반과 여성 임원 승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이노텍 구한모 상무가 41세에 임원에 올랐고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옥 LG이노텍 상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상무는 최초로 여성 사업부장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큰 과오만 없으면 장기간 임원직을 보장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LG가 성과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인설/조귀동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