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카드 대출 자제하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이 금융회사 수장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10여 가지에 달하는 ‘요구사항 보따리’를 내밀었다.

금융연구원이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금융경영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최근 금융경제 여건과 감독정책 방향’ 조찬강연회에서 권 원장은 “사회공헌 기금을 늘려라” “일자리를 늘려라” “카드론은 하지 말라”는 등 주문을 쏟아냈다.

권 원장은 유럽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내년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니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대손충당금을 확보해 손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총량을 경제성장률 아래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강연이 이어질수록 요구사항은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

권 원장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 달라”며 “사회공헌 기금을 대폭 늘리고, 좀 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압박했다. “은행권 사회공헌 기금 일부를 대학생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꾸는 데 쓰면 된다”거나 “채용을 많이 늘리는 만큼 좋은 사회공헌이 없다”며 일자리 창출 역할도 강조했다.

고금리 대출과 무리한 카드 발급, 과도한 카드 수수료 체계 등 2금융권을 겨냥한 직설적인 발언도 적지 않았다. 행사장의 대다수는 제2금융권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었지만 권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 10%대 금리의 대출 상품을 은행권에서 만들어 경쟁 체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본인 확인 없이 카드론이 이뤄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완비할 때까지 카드론 대출을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도 보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