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이 미래다] "뿌리부터 튼튼히…" 대·중기 相生 협력 넘어 '윈윈' 으로
올해 국내 경제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동반성장’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상생(相生)의 목소리가 어느 해보다 높았다.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1·2차 협력사들과의 상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업영역 조정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작업이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이런 추세에 맞춰 자발적으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내놓는 대기업들도 많았다. 협력사들의 도움 없이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고, 중소기업과의 공존이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올 한 해 주요 기업이 추진한 동반성장 노력은 어떤 성과를 올렸을까.

[동반성장이 미래다] "뿌리부터 튼튼히…" 대·중기 相生 협력 넘어 '윈윈' 으로

◆4대그룹 협력사 지원액만 1조4000억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총 1조808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8652억원보다 25%나 늘어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런 계획은 지켜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30대 그룹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4대그룹의 협력사 지원금액만 1조4000억원을 넘는다. 삼성은 총 6100억원을 협력사 지원에 투입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2100억원이던 지원액을 4100억원으로 늘렸다. 핵심자산인 특허도 협력사들에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 운영자금 지원액을 기존 690억원에서 1736억원으로 늘리는 등 협력사 지원에 총 4200억원을 지원했다. LG그룹도 1165개 협력사에 1830억원을 운영자금 등으로 지원했다. SK그룹도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SK동반성장펀드’ 규모를 1500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증액했다.

[동반성장이 미래다] "뿌리부터 튼튼히…" 대·중기 相生 협력 넘어 '윈윈' 으로

◆뿌리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

4대그룹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의지도 여느 해보다 높았다. 전경련이 지난 10월 발표한 ‘200대 기업 동반성장 추진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15개 대기업 가운데 동반성장 전담조직을 둔 곳은 84곳으로 작년보다 82%가량 늘었다. 동반성장 추진실적을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기업도 작년 25개사에서 올해 62개사로 급증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많았다. 대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협력사 선정과 납품물량 배정 등을 결정할 때 평가기준을 협력사에 미리 공개했다. 또 대기업 10곳 중 8곳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고 있거나 도입할 예정으로 조사됐다.

납품대금 지급기일도 단축됐다. 조사에 응한 110개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평균 기간은 31.5일로 하도급법상 지급기간(60일)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이 주어진 셈이다. 국제 원자재 변동에 맞춰 납품가격을 조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대기업도 10곳 중 8곳 이상(115개사 가운데 97개사)에 달했다.

◆동반성장 2.0 시대

올해 기업 동반성장의 특징은 ‘일회성’이 아닌 ‘실천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CEO가 직접 동반성장 성과를 챙기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SK그룹은 작년 말 최태원 회장이 구매담당 최고임원들 및 협력사 대표들과 동반성장 간담회를 연 이후 각 계열사 CEO들이 협력사를 찾아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협력사를 찾아 동반성장 의지를 다졌다. 두산그룹은 올해부터 계열사별 동반성장 실적을 평가해 좋은 성과를 낸 계열사 CEO에겐 스톡옵션 40%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한 곳들도 있다. 한라그룹 계열사 만도는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수기업 벤치마킹 연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LG전자 등 우수기업을 둘러보는 기회를 통해 협력사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찾도록 돕는 제도다. STX는 그룹 차원의 협력사 통합 관리시스템인 ‘STX 멤버스’ 프로그램를 통해 우수 협력사에 주요 원자재 가격 동향, 신기술개발 비용 지원 등을 해준다.

LG그룹은 협력사들이 거래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온라인 전담창구 ‘상생고’를 오픈했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2600억원을 투입한 상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초기 벤처기업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300억원을 엔젤투자에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