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사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한 단계 발돋움 했다며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선두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고가까지 다시 쓰면서 100만원선에 안착한 뒤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펀더멘탈(내재가치)과 성장성 등을 감안하면 충분한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1일 오전 9시 7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만1000원(4.08%) 오른 10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28일 장중 101만4000원을 최고가로 작성한 뒤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우려가 기승을 부렸던 8월에는 고점 대비 66% 수준인 67만2000원(8월19일 장중 저가)까지 떨어졌다. 이후 이달 초 잠시 100만원을 넘었지만 대외 불확실성 요인에 다시 발목을 잡히며 90만원대에서 등락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100만원선을 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개선을 기반으로 내년 영업이익이 20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4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소 애널리스트는 "주가 상승 모멘텀은 내년 1분기 중반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며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1조원 규모 적자에서 비슷한 수준의 흑자로 전환되고, 모바일 사업부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9000만대에서 30~40% 정도는 무난히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부진을 거듭했던 LCD 업황의 반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태블릿PC 판매도 올해 700만대에서 20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과의 특허권 분쟁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있지만 향후 전망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안성호 한화증권 팀장은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삼성과 애플은 통신과 디자인 부문에 각각 앞서 있기 때문에 적정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11월 30일) 호주 연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지난 10월 갤럭시탭 10.1 판매 금지 가처분 명령에 대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삼성전자 측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명백히 잘못됐다"며 "12월1일부로 판매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현재 갤럭시 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이 유효한 국가는 독일밖에 남지 않게 됐다.

안 팀장은 "국가 지역 별 소송·판결이 이어지면서 주가에는 단기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큰 위험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확인이 되면서 관심도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선두 업체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PC중심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시장에서의 본격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전세계 AP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이미 메모리 시장의 45%, AP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14년 또는 2014년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매출액은 인텔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이제 '숏(매도) 애플- 롱(매수) 삼성전자' 전략을 넘어 '숏 인텔 - 롱 삼성전자' 투자 전략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PC 시대 사실상의 표준을 결정했던 인텔의 영향력이 붕괴되어가는 가운데 기존 핸드폰과 PC의 맹주였던 노키아와 HP마저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세력 재편 속에 스마트폰 세트 제조와 핵심 반도체를 아우르는 하드웨어의 새로운 지배자가 출현할 기회가 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AP를 탑재한 기기는 지난해 1억대에서 올해 2억3000만대, 내년에는 3억900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AP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매출액은 지난해 7조원, 올해 11조원에서 내년에는 16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