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한다더니…오늘 밤 회식 2차 노래방 가도 될까?
30일 오전 11시 20분께 서울 명동 거리.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명동 중앙통로는 일본일 관광객들과 젊은이들로 북적댔다.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받아든 전단지는 '마사지 업소'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여기 사진에 있는 사람 보이시죠? 이게 저예요. 사실은 사장인데 장사가 잘 안되니까 오전에는 전단지를 직접돌립니다."

다른 업체의 전단지를 돌리고 있던 이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그나마 일본인 관광객 상대로 하는 게 장사가 되거든요. 그런데 수수료 때문에 하루 장사 안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예요"라고 말했다.

명동의 안경점들도 마찬가지였다. "휴업이요? 왜요?"라며 되묻는 이부터 "수요일은 원래 사장님 안나오시는 날이예요. 사장님은 안나오셔도 가게문을 닫으실 분은 아니예요"라며 웃어보이는 종업원도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하며 이날 동맹 휴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만여 명이 참석한 결의대회를 열고 동맹휴업에 들어간다.

전국의 경비업, 부동산 중개업, 학원 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최대 500여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동참할 것으로 연합회 측은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문을 닫고 휴업하는 점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사들은 지난달 중소 가맹점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이하로 늘리고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췄다.

하지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룸살롱, 나이트클럽, 마사지업, 노래연습장, 경비업, 안경업, 학원 등의 업종이 빠졌다며 항의하고 있는 상태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업종 구분없이 1.5%로 낮춰달라는 요구하며 30일 하룻 동안 휴업을 선언했다.

안경업소 관계자는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장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맹점은 오늘 파업하는 지점이 한군데도 없다" 며 "하루라도 휴업을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도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중소 가맹점 범위를 넓혀 사실상 가맹점의 85%가 혜택을 보고 있다. 수수료율도 기존 2%대에서 1.8% 이하로 낮췄는데 더 인하하라는 것은 우리보고 장사를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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