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신뢰 회복 등 현안 산적
하이마트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각자 대표에 전격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다.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던 양측이 합의함에 따라 일단 사태는 봉합됐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업체로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 제일 큰 문제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0일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오전 10시 임시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불과 5분 전,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각자대표에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개최된 임시 주총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도 가결됐다.
김종윤 하이마트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하이마트 이사회에서 논의될 선종구 대표이사 개임(改任) 안건에 대해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각자 대표에 합의했다"며 "임시 주총에서 유경선 회장의 하이마트 이사선임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유진그룹 측도 "현 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해 냈다"며 "그동안 주주와 고객, 임직원들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유진그룹 측의 양보로 해결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6일 유경선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 대표로 선임됐던 만큼 각자 대표 합의는 사실상 선 회장의 입지를 더 보장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최대주주이지만 그간 업력을 바탕으로 쌓아온 하이마트를 완전히 컨트롤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인해 알게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하이마트를 경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선 회장이 퇴진할 경우 하이마트 전국 지점장 등 358명이 사퇴하겠다고 압박을 넣은 만큼 하이마트 정상 운영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강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마트 전국 지점이 하루 문 닫을 경우 100억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며 "롯데마트가 가전 양판점 시장에 진출키로 한 상황에서 유진그룹도 이번 하이마트 사태를 빨리 봉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하이마트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애널리스트는 "하이마트는 이번 일로 실망한 기관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IR을 하거나 사태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하이마트 사태는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하이마트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6.9%를 콜옵션으로 인수키로 하면서 증폭됐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유진그룹은 오는 30일 열릴 이사회 안건을 대표이사 개임(改任)으로 변경해 선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고, 하이마트 측은 나머지 70%의 주주 가치를 침해한다며 위임장 대결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양측은 주총과 이사회를 하루 앞둔 전날까지도 '경영권 7년 보장'을 두고 날선 공방을 지속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을 앞두고 긴박하게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각자 대표에 합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이사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대표이사 개임(改任)'이 안건이였던 만큼 이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각자 대표 합의가 긴박하게 이뤄진 만큼 세부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