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 하이마트, 주총 전 긴박했던 5분
30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하이마트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10분 전.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서도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 앞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규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항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피땀흘려 키운회사 경영침탈 웬말이냐' 피켓을 든 하이마트 비대위 측은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유진그룹 측의 주장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양측의 날선 공방은 임시주총에 대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주총에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될 가능성은 높았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개임(改任)'안이 통과될 경우 사태가 나락으로 빠져들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하이마트 임시 주총이 열리기 5분 전.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자들이 모여있는 프레스 룸에 찾아와 긴급히 밝힐 내용이 있다고 서둘렀다. 전날 '유진그룹이 하이마트에 7년 경영권을 보장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터라 기자들은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밝혀진 내용은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유 회장이 재무를 총괄하고 선 회장은 영업을 담당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이번 합의 내용은 유진그룹 홍보팀장 조차 주총 5분 전에 문자로 통보받았을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졌다.

뒷켠에 서 있던 일부 하이마트 관계자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대부분 기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전 드라마는 틀림없는 반전 드라마되 씁쓸함만 남는 3류 드라마와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올 6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증시에 데뷔했던 하이마트다. 그 시작은 비록 기대에 못 미쳤으나 뒤늦게 증시에서는 그 성장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경선 회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되고, 유진그룹 CI 사용문제로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기 시작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는 보도자료를 통한 상호 비방이 이어졌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그 찝찝함을 결코 털어버릴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간 곪아터질 수 밖에 없었던 문제라고 한 애널리스트는 얘기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지울 수 없는 흉터만 남게 됐다.

유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자존심만 구겼고, 선 회장은 독단적인 경영 방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주주를 위한 것'이란 명분으로 여기까지 왔다. 치부가 다 드러난 상태에서 양 측은 이제라도 무엇이 진정 주주를 위한 것인지를 더욱 깊이있게 고민해야할 때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