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빚었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자대표를 맡아 함께 경영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30일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에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대표를 맡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이 합의하면서 이날 열린 임시 주총에서 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가결됐다. 이사회에서는 유 회장과 선 회장의 각자대표 선임안이 통과됐다. 유 회장은 재무 부문을 담당하고, 선 회장은 영업 부문을 맡는다.

양측이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은 갈등이 장기화되면 양쪽 모두 ‘득(得)보다 실(失)’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표면적으로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쪽은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었다.

유진 측은 그러나 표 대결에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에서 이기더라도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경영권 개입’ 투쟁이 지속되면 우량기업인 하이마트가 자칫 경영난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유진그룹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선 회장 측과의 갈등이 임시 주총 이후에도 계속되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 있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양측은 서로 단독대표를 맡겠다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선 회장 측은 하이마트 주총에서 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부결을 추진해 왔다. 이에 맞서 유진그룹은 임기가 끝나는 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밀어붙인 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개임(改任)해 선 회장을 퇴진시킬 예정이었다.

경영권 분쟁은 ‘봉합’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측이 역할을 분담하더라도 사사건건 충돌할 개연성이 높은 탓이다. 경영권 갈등이 선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각자대표

주식회사에서 여러 명의 대표이사를 선임한 뒤 각기 나눠진 담당 업무에 한해 단독으로 회사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한 것. 맡은 업무 분야에서 단독 결재할 수 있다. 복수의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전원 합의에 의해 사안을 결정토록 한 공동대표 제도와 다르다.

조미현/박영태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