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있으나마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 여야는 예산안 심사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는 무산됐다. 국회의 법 위반은 올해로 9년째다.

정갑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은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8일째 예결위가 중단됐다.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9일까지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조건 없는 민주당의 소위 복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정기국회는 예산안 처리를 2일까지 마치고, 9일에 본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을 의결해야 한다.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의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일정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도 개점 휴업 상태다.

보다못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예결위 ‘공회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남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29일 결의문을 내고 민주당 의원들의 예산안 참여를 촉구했다. 국회가 중앙정부 예산을 붙잡고 있으면 지자체 예산 반영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지연은 서민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간다. 국가사업은 예산 배정에 1주일, 사업공고와 계약 등 준비 과정에 보름, 자금 집행까지 1주일가량 소요된다. 시중에 돈이 풀리기 위해선 총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18대 국회 들어 예산안이 법정시한 안에 처리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해마다 여야 간 몸싸움이 반복됐다. 1988년 이후 국회가 법정처리 시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은 단 6차례에 불과하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992, 1997, 2002년과 1988, 1994, 1995년 등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