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16) 담합은 왜 문제인가
전기요금 인상과 한국전력의 막대한 누적 적자가 논란을 일으키는 시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선업체들의 오랜 조직적 담합을 적발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한전의 전력선 구매입찰에서 11년간 담합해온 32개 전선업체를 적발하고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했다. 이 같은 담합으로 한전은 27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을 터다.

담합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축내는 비신사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담합은 일반적으로 과점 시장에서 발생한다. 시장은 공급자를 기준으로 다수 공급자의 완전 경쟁 시장과 공급자가 하나뿐인 독점 시장을 양극단으로, 그 중간에 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나누어 갖는 과점 시장으로 구분한다.

완전 경쟁 시장에서는 많은 공급자들이 경쟁을 통해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공급하는 상품의 양이 가장 많고 균형가격은 가장 저렴하다. 반면 독점 시장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공급자는 완전 경쟁 시장보다 훨씬 비싼 값을 받으면서도 이윤을 가장 크게 얻기 위해 생산량을 완전 경쟁 시장의 공급보다 훨씬 적게 책정한다.

따라서 독점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완전 경쟁 시장에 비해 누릴 수 있는 이득을 상당 부분 독점기업에 빼앗긴다. 그런데 독점의 피해는 단지 소비자 피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쟁 시장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깨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후생이 감소한다.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이득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그중 일부가 생산자의 몫으로 돌아가지만 나머지는 시장구조가 왜곡되면서 공중으로 사라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순후생손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완전 경쟁과 독점의 중간쯤에 있는 과점 시장의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경쟁적 성격이 강해질수록 이윤은 줄어들고 영업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늘 독점적 성격이 더 강한 시장으로 만들고 싶은 유인을 갖게 된다. 과점 시장에서 이미 존재하는 기업들이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드는 방법은 모든 기업들이 합의 아래 독점기업처럼 행동함으로써 독점이윤을 확보하고 이를 나누어 갖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담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니 담합은 독점의 경제적 폐해를 그대로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번 전선회사들의 담합은 32개에 달하는 기업이 참여했고 11년이나 지속됐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력선을 공급받는 기업이 하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서도 공정위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