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수도관 22%…'단수사고' 5년 새 2배
지난 2월3일 밤 11시45분.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앞 탄천변 광역상수도 관로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수도권광역 4단계 평택계통 구간에서 관로를 지나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제수밸브 몸통에서 균열이 생겨 누수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난 6일 낮 12시15분에 복구했지만 그 동안 성남 시민 12만명은 단수로 심한 불편을 겪었다. 이 구간은 1994년 매설돼 채 20년이 안됐는데도 노후화돼 관로에 균열이 가는 사고가 생겼다.

광역상수도 및 공업용수도 관로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를 방치했다가는 지난 9월 발생한 ‘전력대란’ 못지 않은 ‘단수대란’으로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 사무실 상가 등에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따라서 생산 원가 이하로 받고 있는 요금을 현실화하는 등 노후관로 개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년 이상 노후관로 사고위험 증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체 광역상수도 관로 4887㎞ 중 사고 위험이 높은 20년 이상된 노후관로는 1068㎞로 약 22%에 이른다. 2005년 노후관로 656㎞보다 63% 증가했다.

최장 48년이나 되는 매설관로도 있다. 울산광역·공업용수도는 1963년 매설돼 가장 오래됐으며 창원공업용수도 44년, 포항광역·공업용수도 39년, 여천공업용수도 34년, 광양공업용수도 33년, 구미광역·공업용수도 31년 등으로 모두 20년을 넘겼다.

게다가 광역상수도 전체 33개 시설 중 12개 시설이 시설물 정비효율성과 정수능력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적정가동률(설계용량의 75%)을 초과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관로파손으로 인한 물공급 중단 사고가 매년 늘고 있다. 2005년 51건이었던 관로사고는 지난해엔 104건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최근 1987년 매설한 한 도시의 수도관로 1.4㎞를 탐사장비로 살펴본 결과 누수 지점 7곳이 나왔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보다 더 오래된 관로에서의 누수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공업용수도 관로사고로 조업이 중단되면 산업단지에서 막대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수자원공사는 공업용수도가 1일 단수되면 약 2조1000억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도 온산공단 등 산업 현장에서 단수 피해로 약 1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가져왔다.

○요금 현실화로 투자재원 마련해야

노후 수도관 22%…'단수사고' 5년 새 2배
매년 실시해야 하는 적정한 노후관로 개량 길이는 연평균 43.7㎞다. 하지만 매년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 및ㅈ 공업용수도 안정화를 위한 노후관로 개량에 2015년까지 6조9000억원이 필요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용수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광역상수도 요금은 100원어치를 팔면 19원을 손해보는 구조다. 이는 2005년부터 광역상수도 요금을 동결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기는 18.9%, 가스 49.3%, 우편 5.8%, 철도 7.1%를 인상했다. 이로 인해 광역상수도 현실화율은 우편 93%, 전기 90%, 철도 87%에 비해 낮은 8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돗물 값은 1㎥당 610원으로 미국(1003원) 영국(2210원) 덴마크(4612원) 등에 비해 훨씬 낮은 데다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친다”며 “이는 1인당 물 사용량이 덴마크(114ℓ) 영국(139ℓ) 프랑스(232ℓ)보다 많은 333ℓ에 이르게 해 결국 물 낭비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