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수사 2개월…구명로비 의혹은 손도 못대
제일저축은행 등 지난 9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금액이 2조원을 웃돈 것으로 검찰 중간 수사결과 드러났다. 2개월에 걸친 이번 수사에서는 그러나 이들 저축은행의 퇴출저지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규명된 것이 거의 없어 과제로 남게 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30일 ‘저축은행 비리사건 1차 수사결과’에서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신현규 토마토저축은행 회장 등 11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고기연 토마토저축은행 행장은 이날 부실대출 혐의로 구속됐다.

합수단은 이와 함께 총 2조168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은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각종 사업을 운영한 부산저축은행과 달리 대주주의 자기대출과 부실대출이 주요 범죄 혐의다. 대주주 자기대출 4906억원과 부실대출 1조1433억원, 한도초과 대출 4305억원, 후순위채 부당발행 1036억원 등이다. 합수단은 또 고객 명의를 도용한 대출 등을 통해 저축은행 자금 254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부동산, 차명주식 등 비리 관련자들이 보유한 2349억원 상당의 책임·은닉 재산을 발견해 예금보험공사에 통보, 보전 처분토록 조치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신현규 회장은 2007년 당시 캄보디아에서 일고 있던 부동산 투기 바람에 편승해 자신의 4개 차명회사 명의로 합계 600억원을 불법대출하고 이를 프놈펜, 시엠레아프 등지의 부동산 구입에 사용했다. 18개 지역 280만㎡ 규모였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담보물 확보나 사업전망 평가 등 정상적인 대출절차 없이 신 회장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대출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출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아직까지 원리금이 전혀 변제되지 않아 저축은행 부실 요인이 됐다.

신 회장은 또 2004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아파트 건축업자에게 1018억원을 부실 대출해주면서 객관적인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업자 소유 박물관의 불교 미술품을 담보 제공된 것으로 꾸민 혐의도 있다. 탱화 3점에 대해 업자가 산정한 110억원의 감정가를 그대로 적용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윤영규 에이스저축은행 행장은 2005년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업자에게 허위의 사업계획에 기초한 여신심사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6917억여원을 부실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유동천 회장은 아들과 함께 저축은행 자금으로 주식투자 등을 하다가 1000억원대 부실채권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권익환 단장은 저축은행들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